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8일 "벤처시장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하니까 장맛비에 흠뻑 젖은 나무처럼 불을 붙이기 어렵다"며 "불쏘시개만으로 불을 지필 수 있는 시기는 지나 석유를 뿌리든가 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벤처기업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올해 안에 세제지원과 자금지원 등을 포함한 벤처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벤처기업에 대한 신용보증이나 창업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제3시장의 활성화 등이 검토대상으로 언급됐다.

그는 아울러 "벤처캐피털의 록업(Lock-up·주식매각제한)제도를 완화하고 기업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추진하며 통합거래소가 출범해도 코스닥위원회의 운영상 독립을 보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대기업 횡포와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기 위해 업계 자율의 대·중소기업 업종별 대표자회의도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홍건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도 "벤처기업들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판로난과 인력난"이라며 "공공구매시 벤처기업의 신기술 우대정책을 검토하고 벤처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실업계 고교를 육성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벤처기업인들은 자금난에다 벤처기업에 대한 불신 등으로 투자환경이 위축돼 벤처산업이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토로했다.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터보테크 대표)은 "최근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혁신형 중소기업'이라는 단어와 '벤처기업'은 사실상 같은 의미인데도 정부는 '혁신형 중소기업'만 강조하고 '벤처기업'은 비리의 대명사로 낙인찍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불평등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태희 씨앤에스 대표는 "대기업들은 벤처기업들이 개발한 기술에 대해 가격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며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함께 윈-윈하는 성장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의 성장토양인 코스닥시장을 살리는 방안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김형순 로커스 대표는 "정부는 몇몇 부도덕한 코스닥 벤처기업들의 행위를 모든 벤처기업들의 문제로 귀결시켜 규제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결국 정부가 나서 벤처기업을 죽이고 있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계주·안재석·이정호 기자 lee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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