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사실상 대우종합기계 인수자로 선정됨에 따라 창업 1백8년만의 대변신을 눈앞에 두게 됐다. 주력기업이던 OB맥주를 매각하면서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선 두산은 2001년 한국중공업,지난해 고려산업개발,올해 대우기계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당초 "그림"대로 중공업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재계의 관심은 두산이 과연 어디까지 영토를 확장할지에 집중되고 있다. 재정경제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대우종합기계 인수를 위한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두산중공업을 선정했다. 공자위는 자산관리공사(KAMCO)가 앞으로 1개월 간 두산중공업과 독점적 협상을 진행토록 했다. 이번 계약은 구속력이 있는 '바인딩 오퍼(Binding Offer)' 방식으로 가격 조정 여지가 많지 않은 데다 두산측도 정밀실사 후 큰 문제가 없다면 인수가를 깎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대우기계는 큰 변수가 없는 한 두산 품에 안길 가능성이 높다. 두산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가장 큰 배경은 경쟁이 안될 정도로 높은 인수가(1조8천억원)를 제시했다는 점.2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효성보다 무려 5천억원이나 많은 금액을 써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두산이 지나치게 높은 인수가를 제시,인수 후에도 대우기계에 대한 신규투자에 적잖은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그러나 "대우기계의 기업가치를 그만큼 높게 평가했다"며 "인수자금은 두산중공업이 중동에서 수주한 각종 프로젝트 선수금으로 연말까지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차입을 통해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의 부채비율이 90%대에 불과해 차입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향후 추가 수주로 매년 3천억∼4천억원의 현금이 들어올 예정이어서 차입금도 2∼3년내 상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두산중공업 이외에 다른 계열사 자금을 동원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대우기계 인수로 두산은 자산이 12조원으로 불어나 재계 순위가 10위(공기업,포스코,KT 제외)에서 9위로 한 계단 점프하게 됐다. 핵심역량도 소비재에서 산업재·건설로 완전한 체중 이동을 이루게 됐다. 두산은 건설·산업재 부문 매출이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9년 50.2%에서 현재 78.8%로 높아졌으며 대우기계를 인수하면 84.3%까지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두산이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면서 "중공업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한 것과는 달리 최근에도 식품 사업,수입차 사업 등 소비재 분야에도 무차별적 확장경영을 펼치고 있다며 중공업 전문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스스로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태웅·박준동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