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의 방산업체인 BAE 시스템스가 6천만파운드(한화 약 1천200억)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해 군수물자 구매를 담당하는 사우디아리비아 왕족 등을 위해 사용했다고 BBC 인터넷판이 5일 보도했다. BAE 시스템스의 집중 로비 대상이 된 인물은 사우디의 수십억달러 규모의 무기구매 사업인 알 야마마 프로젝트 책임을 맡은 투르키 빈 나세르 왕자였다. BBC는 내부 정보제공자들의 폭로를 인용해 뇌물 행각의 일단을 전했다. 한 조그만 여행사의 대표인 피터 가드너는 지난 1988년부터 자신의 여행사가 BAE 비자금 통로 역할을 담당했다면서 처음에는 20만∼30만파운드가 전해지다가 나중에는 연간 700만파운드의 돈이 전달됐다고 말했다. 그는 BAE로부터 사우디 왕족 및 측근들에게 5성급 호텔, 전세기, 고급 리무진,개인 경호 및 낭만적 휴가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할 것을 지시받아 이를 수행했다고전했다. 그는 특히 투르키 왕자의 부인에게 17만파운드짜리 롤스로이스를 생일선물로 지급하는 것은 물론 쇼핑을 가겠다는 그녀를 위해 보잉 747 여객기를 전세내기도 했고,아들에게는 9만9천파운드짜리 미국 스키여행을 시켜주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 왕족에게 돈을 지불하라는 명령을 받기도 했다면서 때로는 현금으로,때로는 은행 이체를 통해 신용카드 대금을 지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데 사용된 모든 돈은 BAE가 지불하는 것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BAE측으로부터 방산물자 관련 사우디 인사 접대 임무를 맡았던 또 다른 내부 폭로자인 에드워드 커닝햄은 군수품 구매 사업차 런던을 방문하는 사우디 인사들의 도박 비용을 해결하고 매춘도 알선했다고 폭로했다. BBC는 이런 일련의 비자금 조성 및 뇌물 행각은 당시 사우디 알 야마마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스티브 모그퍼드 현 BAE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인지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