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경유승용차를 팔지 말든지, 경유값을 놔두든지 해야지 화물차 모는 서민 울리자는 것도 아니고 뭡니까?" 최근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 LPG 상대 가격을 100대85대50으로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환경부 홈페이지 등에는 이런 항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내년부터 경유승용차 시판을 허용하는 이유는 뭐고 현재 휘발유에 비해 훨씬 싼경유값을 굳이 올리려는 이유는 뭘까. 의문을 풀려면 경유승용차는 연비가 좋기 때문에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를 적게 배출하는 반면 한국 대기오염의 주범인 미세먼지(PM)와 질소산화물(NOX)은 많이 배출한다는 걸 알 필요가 있다. 한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기술개발이 대부분 끝난 휘발유(가솔린)차 대신 경유(디젤)차에 기대를 하고 있고 최근 엔진 개량과 배출가스 저감 기술에서 상당한 진보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 자동차 기술 발전을 이끌어가다시피하는 유럽이 이처럼 경유차에 관심을갖는 것은 이들이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에 유독 민감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고 하기 때문. 또 유럽 뿐만 아니라 전세계 자동차 업계는 석유 고갈이 임박한 상황에서 연비가 좋은 경유차나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뒤늦게 경유차 개발에 뛰어든 국내 자동차 회사로서는 수출에 앞서내수시장을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대기오염이 심각한 상황에서 경유승용차가 대폭 늘어나면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증가와 이로 인한 인체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게 문제였다. 이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DPF 등 배출가스 저감장치 기술을 개발해 해결해야 하는데 국내 기술 개발 추이상 2008년에나 미세먼지를 100% 가까이 줄일 수 있다. 2008년 이후에나 경유차를 팔라는 환경부의 요구와 기술 개발을 위해서라도 시판 허용시기를 앞당겨달라는 자동차회사가 맞선 끝에 2005년 1월1일부터 허용하기로결정했지만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었다. 환경단체와 환경부가 함께 만든 경유차 환경위원회는 지난해 2월 ▲미세먼지 환경기준 연평균 70㎍/㎥→50㎍/㎥ 강화 ▲제작차 배출허용기준 강화, 운행차 관리대책 강화, 무공해.저공해차 보급 추진 ▲에너지 상대가격 100대85대50 수준 조정 ▲수도권대기특별법 조속한 제정 등을 제시했다. 국내 자동차 회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수출에 앞서 내수용으로경유차를 파는걸 허용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많이 팔리면 가뜩이나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는 대기오염이 심각해질까 걱정하다 보니까 경유값을 올리기로 하고 경유차를 파는 정책이 나온 셈이다. 사실 외국에서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경우도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휘발유와 경유는 1대1 수준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