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업계에 중국투자 붐이 일고 있다.


사상 유례가 드문 호황으로 축적한 투자여력을 앞세워 폭발적인 중국 수요에 사전 대처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가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대부분 산업에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유화부문의 외자유치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것도 유화업체들의 '중국행'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LG화학.'제2의 LG화학 건설'을 목표로 중국투자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 10여년간 LG화학의 중국 투자 규모는 모두 4억3천만달러.하지만 오는 2008년까지는 기존 투자의 4배가 넘는 17억달러(약 2조원)를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기존 톈진의 폴리염화비닐(PVC) 공장과 닝보의 열가소성수지(ABS) 공장을 증설하고 화난지역에는 신규 공장을 추가 건설키로 한 것.이를 통해 현재 중국시장 점유율 1위인 ABS PVC 생산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SK㈜도 그동안의 '탐색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최태원 회장이 최근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하면서 힘이 잔뜩 실리는 분위기다.


SK㈜는 곧 중국투자의 청사진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투자를 단행한다는 구상이다.


SK㈜의 관계자는 "중국의 경쟁 기업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단순 수출만으로는 시장 공략이 어렵다"며 "중국 내수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위한 설비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폭발적 수요를 보이고 있는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 방향족(BTX) 공장과 윤활기유 공장,아스팔트 공장 등이 SK㈜가 우선적으로 손꼽는 투자대상이다.


한화도 한화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중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이제 충분한 투자여력을 확보했다"며 "중국에 PVC 공장 등을 건설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는 현재 태스크포스(TF) 팀을 중국 현지로 보내 사업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나프타분해공장(NCC) 등 현지에서의 원료조달 가능성 검토 및 공장부지 물색에 들어갔으며 GS그룹 허씨일가가 대주주인 '칭다오리둥(麗東)화공유한공사'는 이미 칭다오에 BTX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유화업계의 중국 투자열풍에 대해 중복·과잉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으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2010년 상하이엑스포를 앞두고 유화제품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어서 투자 열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