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일하는 해외 공장에서 미리 맛본 추석,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삼성전기[009150]는 명절에 고향에 가지 못하는 해외주재원들을 격려하기 위해가족들을 근무지로 초청해 함께 지내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29일 밝혔다. 360여명의 해외주재원 중 첫 대상자로 뽑힌 주인공은 태국법인 길진세 주임(31).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집안 사정 때문에 대학을 포기하고 지난 91년삼성전기에 입사한 뒤 성실히 일하면서 끊임 없이 자기계발을 해온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 태국공장의 기술지원 및 품질관리 담당인 길 주임은 회사에서 따로 어학을 배우지 않고서도 지난 1월 현지 발령 이후 독학으로 태국어 2급 자격증을 따냈고, 야간대 전산학과 2학년 과정까지 마친 상태다. 추석 며칠 전 방콕 돈무앙 공항. 길 주임은 `태국 팬 사인회를 위해 입국하는삼성전기 소속 아테네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맞으러 동료 20여명과 함께 공항에 나갔다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메달리스트가 아닌 부모님이었다. 감동을 더하기 위해 회사와 동료들이 부모님의 방문 사실을 끝까지 알리지 않았던 것. 전혀 예상치 못한 만남에 길 주임은 아버지,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쏟았고 이를 지켜보던 동료들도 가족과 고향 하늘의 한가위 보름달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공항 입국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결혼도 안한 채 혼자 이국 땅에서 일하면서, 월급을 쪼개 매달 50만원이 넘는돈을 꼬박꼬박 부쳐주는 막내아들 걱정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부모님의얼굴에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길 주임 가족은 삼성전기 태국법인 기숙사에서 5박6일을 함께 지내면서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추석을 보냈고, 직원들도 길 주임 가족과 함께 송편잔치를 열면서오랜만에 향수를 달랬다. 삼성전기는 프로그램의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좋은 것으로 나타나자 앞으로 대상 지역 및 직원을 더 늘리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해외주재원 회의가 있어도 부장이나 팀장급 대표 한명씩만 귀국하기 때문에 해외근무자들이 가족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며 "직원들의사기진작 차원에서 가능한 선에서 대상자를 많이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