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이후 팽창 일변도로 이뤄진 통화신용정책은 주택가격 폭등과 그에 따른 사회불안, 가계부채의 급증, 물가안정 위협을초래하는 등 역기능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고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지적했다. 또 금융감독당국이 참여정부 들어 발생한 대표적인 금융사고인 신용카드 사태를게임의 법칙이 아닌 편법으로 처리해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을 뿐만 아니라 금융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적자생존의 원리마저 실종시켰다고 정 총장은 말했다. 정 총장은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정책과제' 학술대회에서 제4주제인 '금융정책의 평가와 정책과제'에 대한 기조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01년 이후 우리나라 통화신용정책은 일부 부분적인 부침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팽창 일변도였다"고 분석하고 "통화정책의 목표인 물가안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팽창적인 통화신용정책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면 순기능이 미약하고역기능이 압도했다"고 진단하고 "2001년부터 2002년 상반기에 걸쳐 수차례 단행된콜금리 인하는 주택가격 폭등에 따른 사회불안만 야기하고 가계부채의 급증을 초래하는 역기능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03년 7월과 지난 8월의 금리인하는 훨씬 논란의 소지가 많다"고지적하고 "특히 8월의 금리인하는 소비자 물가와 생산자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이뤄져 성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물가관리 여건이 악화돼 정작 콜금리를 다시 인상해야 할 필요성이대두되면 통화정책의 일관성이 상실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고 통화정책의 신뢰성역시 훼손될 위험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신용카드 사태 처리에 대해서도 부실한 카드사를 퇴출시키지 않고 모두 살리려고 나서 금융산업에서 적자생존의 원리가 사라지고 금융감독당국의 신뢰성도 크게 무너뜨렸다고 평가했다. 특히 당국은 자산담보부증권(ABS)의 조기상환 요구를 봉쇄, 투자자에 대한 충실의무를 지키라는 외환위기 이후의 정책기조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그는 말했다. "최근 은행 등 금융기관은 단기수익을 중시하고 위험부담을 회피하려는 성향이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금융중개 기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그는 지적하고 이는 금융산업에 종사하는 전문인력의 비중이 외국에 비해 크게낮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끝으로 정 총장은 우리은행 매각문제에 대해 "단순한 공적자금 조기회수 차원에서 접근해서도 안 되고 토종자본 대 외국자본이라는 대항논리를 내세워 재벌이 지배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없다"며 "형식적인 민영화를 서두르는 것보다 유능한 사람을 경영진으로 임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