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한·러 수교 이래 한국기업들의 수출점유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초코파이'에서 시작한 대러 수출은 전자제품 자동차 등으로 확대되고 있고 한국상품에 대한 인지도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한국 기업들의 이같은 러시아 시장 공략 과정에서 개척자이자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왔다.


수출입은행은 옛 소련 시절이던 1991년 4월22일 모스크바 사무소를 열면서 러시아에 첫발을 내디뎠다.


정영의 재무부장관과 홍재형 수출입은행장,소련 대외은행장 등 당시 한국과 소련의 내로라 하는 경제계 거물들이 개소식에 참석했을 정도로 모스크바 사무소는 양국 경제협력의 주요 접촉점으로 평가됐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엔 사무소를 폐쇄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2002년 11월 복원 후엔 90년대보다 훨씬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은행전대자금(수출자가 수입국 은행과 여신한도 계약을 맺은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직접 대금을 지급받는 제도)과 포페이팅(신용장방식 또는 무신용장 방식의 수출거래 중 발행된 어음을 은행이 할인 매입하는 제도) 등의 방식으로 양국 수출기업들에 직접 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또 현지 기업들이 이 제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문서를 러시아어 번역본으로 제작,모스크바 한국상품전시회를 통해 배포하는 등 러시아를 신시장의 개념으로 적극 접근하고 있다.


민감한 이슈도 있었다.


구소련과의 수교 직후인 91년 1월 지원한 소비재차관이 문제가 됐다.


차관 지원은 우리 정부의 북방정책을 구체화하는 조치로 한국 상품의 이미지를 높이고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데 큰 의미가 있었지만 국가부도 위험이 문제였다.


구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연방이 탄생한 이후 러시아는 경제난을 이기지 못하고 차관 원리금을 연체하기 시작했다.


10년 넘게 난항을 겪어온 소비재 차관 상환문제는 지난해 9월 우리 정부와 러시아가 극적으로 채무재조정에 합의함으로써 해결됐다.


채무조정 합의 이후 수출입은행은 전대자금,선박금융,외국환업무 등으로 러시아와 관련한 금융지원을 확대해가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 대출 2백23건,12억4천만달러와 보증 38건,9억8천만달러 등 모두 2백61건,22억2천만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신동규 수출입은행장은 이번 러시아 방문 기간 중 최우량 국영은행인 스베르은행(Sberbank)과 대외무역은행(Vneshtorgbank)에 각각 5천만달러씩,총 1억달러의 전대자금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 계약이 이뤄지면 러시아에 대한 전대자금 지원규모는 6개 은행,2억1천만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신 행장은 또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과도 정유 석유화학단지 개발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타타르스탄공화국의 최우선 국책사업인 이 프로젝트는 15만배럴 규모의 정유·석유화학단지를 개발하는 것으로 수출입은행은 프로젝트 파이낸스 방식으로 최대 6억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러시아의 경제 규모가 확대되고 소득수준이 향상되면 양국간 수출입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수출입은행의 역할도 그에 비례해 커질 전망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