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매각작업이 AK캐피탈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따른 우발채무라는 "돌발변수"를 만났다. 우발채무에 대한 부담여부를 놓고 최대 채권자인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와 다른 채권금융기관이 서로 떠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INI스틸 컨소시엄은 16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기업결합 허가를 받은데 이어 오는 21일 개소식을 갖고 한보철강 본격 경영에 나설 방침이었지만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한보철강 정상화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AK캐피탈 변수 등장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본계약 체결→공정위 조건부 허가 등으로 순항하던 한보철강 매각작업은 AK캐피탈 변수가 발생하면서 중대 갈림길에 놓였다. 연합철강의 옛 사주인 고 권철현씨의 아들인 권호성씨가 주도하는 AK캐피탈이 지난 3월과 6월 뉴욕법원과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때문이다. 한보철강 인수용 이행보증금으로 날린 3백20억원과 직·간접 손해액 등을 합쳐 무려 2조5천억원을 배상하라고 청구한 것. 한보철강을 상대로 ICC중재법원에 소송을 낸 것은 지난해 본계약 체결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국제중재법원을 통해 해결한다는 합의에 따른 것. 또 자산공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미국 뉴욕주 법원에 제기한 것도 AK캐피탈 설립지가 미국이어서 재판관할권을 미국법원이 갖기 때문이라고 AK캐피탈측은 주장했다. AK캐피탈의 제소 이유는 △한보가 소개한 파트너가 막판에 투자를 포기해 차질이 빚어진 데다 △법원이 보증금을 추가로 요구해 자금 압박을 받았으며 △자격박탈 이후에도 추후 입찰자격이 원천봉쇄된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자산공사는 그러나 대금완납 시한을 두 차례나 연기해줬는 데도 최종 대금납부 시한을 어긴 것은 명백한 AK캐피탈의 잘못으로 이로 인한 계약파기와 계약당사자의 지위 박탈은 정당한 절차였다고 강조했다. ◆우발채무 부담 논란 자산공사는 AK캐피탈과의 소송에서 질 경우 물어줘야할 배상액을 우발채무로 보고 이의 해결을 외환·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패소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소송에 대해 자산공사가 지나치게 몸을 사리며 남에게 위험을 전가하고 있다"며 "우발채무의 부담을 더 이상 질 수 없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매각수수료를 뺀 매각대금 8천6백19억원과 잔존자산 등 한보철강 처분가능자산 1조1천4백84억원 가운데 우선변제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8천8백86억원을 나눠갖자는 입장이었지만 혹시 모를 소송에 대비,쌓아둔 5백70억원 외에 3천3백억원을 더 유보해두기로 한 상태다. 그러나 자산공사가 우발채무 부담을 더 안기려 하자 "충당금을 더 쌓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불투명한 해결 전망 자산공사 관계자는 "소송에서 질 경우 발생할 우발채무를 채권단이 공동 분담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며 "조만간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다른 금융회사들의 분위기를 볼 때 쉽사리 합의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INI측도 "자산인수 방식으로 한보철강 설비를 사는 만큼 우린 우발채무와는 무관하다"며 "빨리 분쟁이 해결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자산공사는 뉴욕주 법원에 각하신청을 낸 상태로 연내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각하되지 않고 본안소송까지 가면 최소 1년반 이상 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 채권단 동의가 늦어지는 등 한보철강 매각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태웅·이심기·강동균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