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는 특정 그룹(삼성)에 갈 수 없다.사모펀드(PEF)엔 은행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5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을 설명하면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때 "특정 그룹"을 배제할 것임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사실상 산업자본의 참여 자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미 외환 등 주요 은행들이 잇달아 외국자본에 인수되면서 "제1금융권의 외국기관화"에 대한 경계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금융을 인수할 사모펀드 주체는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금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우리금융 삼성엔 안준다?


이 부총리는 이날 국회 재경위에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을 서두르는 것이 우리금융을 특정 그룹에 넘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우리금융 회장이 특정그룹 출신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그룹으로 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우리금융의 황영기 회장은 삼성증권 사장 출신.따라서 '특정 그룹'이란 두말할 것도 없이 삼성이다.


다시 말해 이 부총리가 '우리금융의 주인을 찾아줄 때 삼성은 배제하겠다'는 점을 공식 확인한 셈이다.


특정 기업이 우리금융의 최고경영자를 배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인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느냐도 논란거리지만,현실적으로 삼성을 제외하고는 은행 인수에 뛰어들 준비가 돼 있는 기업이 마땅치 않다는 현실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결국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사모펀드에 산업자본이 배제될 경우 거액의 동원능력을 갖춘 곳은 정부 영향권에 있는 공공기금이나 외국계 금융자본으로 압축되는 셈이다.



◆주목되는 '사모펀드 은행 주도론'


이 부총리는 재경위에서 "사모펀드 도입 초기에는 은행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사모펀드는 특성상 고도의 전문성과 자기책임성이 요구되므로 은행들이 책임있는 역할을 해서 반듯한 형태의 사모펀드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공기업 민영화나 부실 기업 매각때 시중자금이 고여 있는 은행이 일정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권고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목이 집중된 우리금융 민영화만 놓고 보면 이 부총리의 말은 '자가당착'이란 지적이 나온다.


외국자본에 우리금융이 못 넘어가도록 사모펀드를 허용하면서 여기에 외국자본이 장악한 국내 은행의 참여를 독려한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얘기다.


국민(ING) 외환(론스타) 한미(씨티그룹) 제일(뉴브리지캐피탈) 등 대형 은행들은 대부분 외국 자본에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다.


정부는 우리금융 소유 지분 85.9% 중 20%는 해외시장에서 매각(15%는 해외주식예탁증서,5%는 오페라본드)하고 나머지 65.9% 중 절반씩을 사모펀드와 전략적 투자자 유치로 해결해 내년 3월까지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