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준비하라'. 삼성과 현대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최근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투자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점점 치열해지는 극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R&D를 투자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18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현대.기아 차세대 자동차연구관' 준공식에서 "`글로벌 톱 5'로 가기 위해 현재 6천200명 가량인 국내 R&D 인력을 올해 6천500명으로 늘리는 것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1만명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해외 연구인력도 현재 400명에서 800명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정 회장은 말했다. 현대차가 이공계 일자리 창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해마다 1천명씩 2007년까지 4천명의 R&D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이미 밝힌 점을 감안하면 2007년께면 R&D 인력이 1만명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은 이날 코엑스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을 위한투자전략 보고회'에서 "삼성그룹은 올해 19조3천억월을 포함해 2006년까지 3년간 시설투자 49조원, R&D 투자 21조원 등 모두 7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분야별 R&D 투자규모를 보면 반도체 5조7천억원, 정보통신 4조9천억원, TFT-LCD 1조6천억원, PDP 1조천억원, 전기부품 1조1천억원, 기반기술 1조4천억원 등 20조5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97년 1만2천명이던 삼성전자의 R&D 인력도 작년말 2만명을 넘어선 뒤 현재 2만2천명 수준(전체의 34%)까지 확대됐다. 박사급 인력은 95년말 490명에서 2천명을 넘어 서울대 교수 수(1천500명)를 넘어섰고 석사급 인력도 7천명에 달해 제조라인에 종사하는 현장인력 2만명을 제외하면 전체 삼성전자 임직원 4만명의 절반이 R&D 인력인 셈이다. LG그룹도 오는 2010년까지 R&D에 30조원을 투입하고 전자계열 연구인력을 3만명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LG는 최근 R&D 인력도 크게 늘려 LG전자의 경우 99년 4천400명이던 R&D 인력이이동단말, 디지털TV, PDP 등에서 고급인력이 늘어나면서 4년만에 8천900명으로 배증했으며 파주에 LCD 단지를 건립하는 LG필립스LCD는 2002년 470명에서 올해 1천명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차세대 캐시카우 발굴에 총력을 쏟고 있는 LG전자는 중장기적으로 전체 인력의60%를 연구개발에 집중시킨다는 전략이다. SK그룹은 전사 차원에서 연구개발 능력을 대폭 강화키로 했으며 이에따라 현재1천400여명 수준인 R&D 인력을 연말까지 1천8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SK그룹은 전체 임직원 2만5천여명중 석.박사급을 포함한 R&D 인력이 1천400여명으로 전체 인력의 약 5%를 차지하고 있는데 박사급 인력은 매년 30-40여명이 늘어나내년에는 400여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도 최근 특허분쟁을 겪으며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독자적 기술개발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현재 900여명 수준인 석.박사 인력을 크게 늘리기로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은 때에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R&D 분야의 경우 사정이 어려울수록 멀리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를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판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