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1차, 2차, 3차산업 범주에 안주해서는 내수부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0.5차 더하기로 승부하라.' 삼성경제연구소는 16일 '국내산업 재도약 방안-0.5차 더하기'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선진국에 비해 제조업의 비중이 빠르게 감소하는 등 조로화(早老化) 현상을 겪고 있다"며 "기존 1ㆍ2ㆍ3차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T)을 융합해 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0.5차 더하기'란 기존 산업에 융ㆍ복합화 감성ㆍ문화와의 결합 신사업모델 창조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전략을 도입해 기존 산업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를 여럿 제시했다. 예컨대 친환경 오리쌀과 농촌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연간 4억원의 관광수익을 올리고 있는 강원도 화천군 토고미 마을은 1차산업(농업)과 3차산업(관광)을 접목, 새로운 수익원을 개척한 사례로 꼽혔다. 장난감 '탑블레이드'로 유명한 완구 제조업체 손오공은 뉴미디어산업을 활용해 기존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으로 소개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완구와 연계된 애니메이션을 제작, 시너지 효과(2차+3차=2.5차)를 거뒀다는 것. 미국의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은 지난 80년대 초 일본 기업들의 공세로 파산위기에 몰렸으나, 동호회를 조직해 오토바이 관련 레저 정보 등을 제공하는 등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확보하는 '2.5차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 결과 할리데이비슨은 미국 중년층 사이에서 '자유'의 상징으로 통하는 등 '제품'을 넘어 '문화'를 파는 기업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또 프랑스 정부는 1차산업인 포도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햇포도로 술을 양조한 뒤 '보졸레 누보'라는 상표를 붙이고 독특한 라벨 디자인을 제작, 매년 늦가을 전 세계에 출시하는 독특한 마케팅을 통해 '1.5차 산업'의 틈새시장을 발굴했다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IT인프라가 구축돼 있고 사이버공간에서의 문화활동도 활발해 IT와 디지털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핵심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영모 수석연구원은 "디지털 기술과 산업간 융합, 산업의 소프트화 진전이 가져다 주는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면 모든 산업에서 재도약이 가능하다"며 "고부가화를 달성하면 모든 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