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내수의 양극화로 신음하고 있는 서민생활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하반기 재정지출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열린우리당과 기획예산처는 15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내수침체로 가장 큰피해를 보고 있는 서민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1조7천억~1조8천억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함, 재정지출 규모를 최대 4조5천억원 늘리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하반기 경기회복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추경 편성은경제논리에 맞지 않으며 재정건전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재정지출확대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내수침체 보완해 체감경기 개선 당정은 우리경제가 수출증가세에 힘입어 점차 개선되고 있음에도 체감경기와 밀접한 소비와 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상태여서 서민.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재정지출 확대의 이유로 들었다. 올해 1.4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5.3%로 작년 동기의 3.7%와 전분기인 작년 4.4분기의 3.9%에 비해 개선되고 있으나 도소매판매는 올해 1.4분기 0.1% 증가에그쳤고 설비투자와 건설수주는 각각 3.2%와 14.6%가 감소했다. 또 하반기에는 고유가, 미국 금리인상, 중국의 긴축정책 등 불안정한 대외여건이 잠재해있어 `수출호조-내수부진'의 양극화로 인한 서민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이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기금을 합한 통합재정수지(사회보장성기금, 공적자금 상환 제외)가 작년보다 1조원 줄어들고 하반기에는 상반기 재정조기집행으로 재정 집행규모가 크게 줄어드는 것도 재정지출 확대의 배경이 되고 있다. 조세연구원 분석결과 상반기 재정조기집행으로 하반기에는 재정집행규모가 작년보다 5조5천억원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당정은 따라서 재정지출 확대는 경기진작보다는 현재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서민들의 생활안정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서민.중소기업 지원으로 GDP 0.54%포인트 상승 추경예산 1조원의 집행은 연간 0.12%포인트의 GDP 성장률 상승효과가 있어 이번에 4조5천억원의 재정지출이 확대되면 연간 GDP성장률을 0.54%포인트 상승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재정지출 확대는 저소득층, 중소기업 등을 지원하고 연내 집행 가능한 사업들로 구성될 예정이어서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층들에 도움을 준다는게 당정의 목표다. 당정은 우선 서민 생활안정을 위해 5만5천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세부사업으로는 이공계 미취업자 현장연수 3천명, 해외취업훈련 500명, 저소득층 자활근로 1만명, 노인인력운영센터 지원 5천명 등 청년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사업으로 구성됐다.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 생활안정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국 4만6천개 경로당의 난방비를 연간 50만원으로 20만원 인상하고 노인전문요양시설 15개소와 노인보호전문기관 10개소를 신설하기로 했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진료비 지원(331억원)과 150개 수능공부방 재정 지원, 결식아동 급식비 단가 인상(2천원→2천500원) 등의 사업도 시행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서는 신용보증 출연금(4천500억원)과 수출금융(500억원)등을 확대, 자금난을 완화해주고 중소기업 정보기술(IT)화와 기술개발, 재래시장 활성화 등을 통해 작업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재정건전성 논란 가능성 올해 추경 1조7천억~1조8천억원을 포함해 4조5천억원의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추경편성은 1998년 9조7천억원, 1999년 10조4천억원, 2000년 3조6천억원, 2001년 2조4천억원, 2002년 1조9천억원, 작년 3조원 등으로 외환위기 이후 7년째 계속되는 셈이다. 국가재정은 우리 경제를 지켜줄 최후의 보루로 한번 적자로 편성돼 건전성을 훼손하면 회복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이번 재정지출 확대에 대해 재정건전성 논란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추경편성 등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규모는 30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이로 인한 연간 이자비용도 2조원에 근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욱이 하반기에는 수출호조세의 지속과 내수경기의 점진적인 회복이 전망되고있어 추경편성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정은 이같은 지적을 의식, 이번 추경편성 등 재정지출 확대가 경기진작용이라기 보다는 내수침체로 고통받는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세계잉여금으로 5천억원 정도가 여유가 있어 추경편성을위한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1조2천억~1조3천억원이며 따라서 일반회계를 통한 추경규모도 1조7천억~1조8천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별 GDP 대비 중앙정부 채무비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20.8%로 일본 121.6%, 이탈리아 102.6%, 프랑스 49.4%, 영국 38.6%,독일 35.3%, 미국 33.1%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어서 이번 추경편성으로 재정건전성이 훼손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