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금리정책이 '경기부양'에서 '인플레방지'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경기회복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미국 일본 중국 등의 중앙은행들은 금리인상을 통해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은 10일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영국 금리는 연 4.5%로 지난 200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뉴질랜드도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전세계 초저금리' 시대가 2년여 만에 막을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 금리정책, 경기부양서 인플레억제로 선회 =전세계 주요국들의 금리정책 초점은 최근 들어 '인플레억제'에 맞춰지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인플레 억제 쪽으로 금리정책의 방향을 선회한 것은 무엇보다 고유가에도 불구, 올들어 세계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인플레 압력을 완화시켜 최근의 경기회복세를 가능한 한 장기간 유지하겠다는게 주요 중앙은행들의 계산이다. 인플레 조짐은 미국 중국 등 세계주요 국가에서 동시에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의 지난 5월 수입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7% 급등했다. 전월 대비로는 15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기 대비 3.8%(3월 3.0%)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의 과열경기 억제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통화긴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수년간 지속된 일본의 디플레가 끝나가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본국채 금리가 3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채권시장에서 일본은행(BOJ)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 전세계 금리인상 급물살 탈듯 =초저금리 시대의 마감을 알리는 본격신호탄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쏘아올릴 가능성이 크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FRB가 오는 29∼30일 이틀간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재 1%인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5월 비농업부문 일자리가 24만8천개 늘어나는 등 금리인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고용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인상폭이 예상보다 클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지난 8일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디플레 탈출을 위해 1999년 2월 이후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해온 BOJ도 금리인상쪽으로 방향을 잡는 분위기다. 후쿠이 도시히코 총재는 최근 "통화완화정책에서 어떻게 벗어날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 경기회복 가속화로 물가가 상승압력을 받을 경우 금리인상에 나설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중국의 금리인상설도 힘을 얻어가고 있다. 저우샤오찬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으면 금리를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긴축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경우 인상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금리인상이 거의 확정된 상태"라며 "인민은행은 조만간 대출금리를 0.5%포인트, 수신금리는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경기회복 강도가 약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2개국)은 연말이나 내년 초께 금리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