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는 아니지만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 최근 '경제 위기론' 논란에 대해 국내 경제전문가들이 내린 진단이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경영학)는 "심장마비뿐 아니라 부지불식간에 몸속에서 자라는 암세포도 생명에는 치명적"이라며 "한국 경제는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성장잠재력이 서서히 저하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판단 근거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투자가 부진한 점을 꼽았다. 특히 기업의 설비투자 기피현상과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의 비효율성은 장기적으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들어 경제논리가 사회 운영원리에서 밀려나는 게 위기의 징후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 정부 들어 기업간ㆍ지역간 균형을 강조하는 논리가 득세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경쟁과 효율성이 무시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향후 한국 경제는 정말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거시지표상으로 볼 때 현 경제상황을 위기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인식이 시장의 컨센서스(합의)보다 낙관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지금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는게 위기의 본질"이라며 "이는 경제정책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현재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는 아니지만 산업공동화로 성장잠재력이 떨어져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지 걱정이라면 이것 역시 위기"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기업이나 언론의 '위기론'을 나무랄게 아니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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