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존속법인 ㈜대우가 10년전 구입해놓았던 상하이(上海)의 땅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업계의 경쟁으로 인해 자칫 공무원과 부동산업자간 결탁비리로 비화되지 않을까 현지 소식통들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18일 현지업계에 따르면 1995년 대우는 상하이시 쉬후이(徐匯)구 소속 상청(商城)과 공동으로 1억달러를 출자해 `상해대우(上海大宇)'를 설립해 쉬자후이(徐家匯)150가방(街坊) 88호부지(이하 88호부지)를 매입, 상업및 쇼핑센터 건축을 추진했다. 출자비율은 대우가 90%, 상청이 10%였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이후 타격을 받은 대우가 그룹해체 등으로 위기에 처하면서 대우는 지불예정이었던 전체 투자액 가운데 9천만달러만 지불한 후 개발을 더이상 지원할 수 없었다. 이후 상하이시의 부동산정책이 변경되고 현지상황이 바뀌면서 3만5천343㎡에 달하는 88호부지는 사실상 방치됐다. 하지만 중국의 개혁.개방이 급격히 진전되고 상하이가 성장하면서 88호부지의 가치는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국으로 치면 명동이나 종로쯤에 해당하는 금싸라기 지역인 쉬자후이에는 개발의 물결 속에 시내 중심에 남은 땅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사실상 대우의 땅인 88호부지는 자연스럽게 주목대상으로 부상했다. 특히 캉스푸(康師傅) 라면으로 대륙을 쓸고 있는 딩신(頂新)국제그룹(이하 딩신그룹)이 톈진(天津)에 있는 중국 대륙본부를 상하이로 이전하기로 하고 이 땅을 노리면서 사태가 본격화됐다. 딩신 그룹은 20억위앤(약3천억원)을 투입해 이 땅에 본부는 물론 5성급 호텔과 쇼핑센터 등을 건설할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대우와 합자로 사업을 추진하던 상청측이 `우선매수권'을 믿고 느긋하게 다른업체의 참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던 차에 딩신 그룹과 대우가 2003년 11월부터 협상을 진행했고, 결국 올해 2월20일 딩신 그룹 관계자가 한국에 가서 대우(사실상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지분양도 계약서를 체결했다. 9천만달러의 가격으로 대우가 갖고 있던 상해대우 지분 90%를 인수하고, 우선 3천만달러를 대우에 지급했다. 문제는 이후 쉬후이 상청측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 커졌다. 딩신그룹으로부터 이미 3천만달러를 받아 그동안 구청측에 체납한 3천만달러에가까운 채무를 청산하려던 대우측은 다시 4월15일 유사한 양도계약서를 체결하게됐다. 한 토지를 갖고 두쪽과 계약을 맺은 셈이다. 대우로서는 어느쪽에서 돈을 받아도 아쉬울 게없는 상황이다. 한 소식통은 "청산절차를 밟는 대우로서는 9천만달러라는 큰 돈이 들어오는 희소식"이라면서 "하지만 양측의 대립으로 자칫 상황이 엉뚱한 쪽으로 흘러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딩신 그룹측은 사실상 정부라 할 수 있는 상청의 처사에 분개하면서 법적소송 등 다각적인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상청측을 대변하는 일부 상인들이 쉬후이구의 관리 직책을 갖고 있는 등 `구정부와 상인'의 결탁 사실을 알리며 맞공세를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은 `재경시보'등 일부 언론에 공개되면서 현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상하이는 물론 중국 정국을 강타했던 부동산 개발업자 `저우정이부정사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일부 정부 관리들의 부동산 관련 비리가 현안이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제2의 비리사건'으로 비화되지 않을까 현지 소식통들은지켜보고 있다. (상하이=연합뉴스) 이우탁특파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