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비메모리(시스템IC) 사업부문과 미국 유진공장 매각계획을 철회하고 중국 장쑤성 우시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키로 한 것은 채권단이 하이닉스 구조조정방안을 사실상 독자생존으로 방향을 틀어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반도체 가격이 속등하고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사업전망이 어느 때보다 밝아진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의 생존의 최대 관건인 3백mm 웨이퍼 공장 건설 문제도 외자 유치로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어 구태여 알짜사업을 헐값에 팔아치울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채권단 내부에서부터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왜 방향 바꿨나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독자 생존 깃발'을 치켜든 것은 무엇보다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이 회사의 실적이 급속도로 호전되고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실제로 지난해 3분기 9백35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4분기 3천5백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또 올해 1분기에도 2천4백억∼2천5백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반도체 D램 경기가 2분기를 거쳐 3분기에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하이닉스의 실적 회복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비메모리 부문 인수를 추진해온 씨티그룹이 인수가격을 시가의 절반으로 제시하자 채권단도 구조조정 계획을 전면 수정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회의 자료에 따르면 채권단이 지난해 9월 추정한 적정 매각가격은 4천2백10억∼6천8백40억원이었으나 최근 재평가 결과에서는 9천8백70억∼1조1천2백90억원으로 산출됐다. 씨티그룹은 5천억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씨티그룹이 매입 가격을 두배 이상 올릴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보여 매각 협상 파기가 불가피했다"며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사업부문 매각 형식보다는 분사 후 기업가치를 높여 지분 매각 등의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비메모리사업 부문을 상장할 경우 추정가격이 1조20억∼1조6천1백4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비메모리사업 부문 전체를 현 구조대로 일괄 분사(물적 분할)한 후 독립 전문회사로 운영하면서 장기적으로 상장 또는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공장 어떻게 되나 우시에 들어설 하이닉스 중국 공장은 약 5천평 규모의 클린룸에서 초기에 8인치 웨이퍼 2만장과 12인치 웨이퍼 1만7천∼2만장을 생산하게 된다. 8인치는 2005년 3분기부터,12인치는 2006년 1분기부터 양산에 나선다. 하이닉스는 올 상반기에 양국 정부의 인·허가 절차를 마치고 하반기에 공사를 시작,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8인치와 12인치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라인을 구축키로 한 것은 향후 반도체 시장 상황이나 자금조달 일정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둘 중 하나를 전용라인으로 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시가 강력한 금융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고 중국 내에서는 상하이 다음으로 반도체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향후 사업 운영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경기 나빠지면 하이닉스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중국 우시 정부로부터 대규모 외자를 유치,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회생의 청신호를 켰다. 하지만 우시 정부가 지원하는 10억달러(장기 대여금 7억달러,현지 금융융자 협조 3억달러)는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할 경우 자칫 출자전환을 통해 지분으로 바뀔 수 있어 경영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불씨를 안고 있다. 이 경우 하이닉스는 LCD사업 부문인 하이디스를 중국 BOE에 매각한 데 이어 반도체까지 중국에 넘겼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제조업 전반에서 중국의 급성장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가 LCD 반도체 등 첨단 산업까지 중국에 넘길 경우 심각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김인식·장경영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