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금융시장이 총통 선거 후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20일 실시된 총통 선거에서 3만표 우세의 '박빙 승리'로 천수이볜 현 총통이 재집권에 성공했으나 야당측 롄잔 후보가 불복,정국 불안이 가중되면서 증시와 통화 가치가 곤두박질쳤다. 대만 독립주의자인 천수이볜의 재집권으로 중국 정부와의 갈등이 한층 고조될 것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투자금을 한꺼번에 빼내가면서 금융 시장은 심하게 출렁댔다. 대만 가권지수는 총통선거 이후 처음으로 열린 22일 전거래일보다 6.68% 급락했다. 대만 증시의 가격 제한폭이 상하 7%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종목이 제한폭까지 미끄러진 셈이다. 올 들어 지금까지 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이 하루 만에 사라지면서 대만 증시는 그야말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 선거불안감으로 지난 열흘간 미화25억달러 주식을 팔아치웠던 외국인들은 계속해서 매도 물량을 쏟아냈고,시장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사태가 악화되자 린추안 재무장관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비상사태에 대비해 마련해 둔 1천억대만달러(미화 30억달러)를 증시에 투입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달러당 33.10대만달러에서 안정세를 찾아가던 대만 달러가치도 33.33달러까지 하락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수요는 급증,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전 거래일의 2.33%에서 2.17%로 떨어졌다. 이같은 금융시장 불안감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무효처리된 33만표에 대해 야당측이 재검표를 요구했지만 대만 행정원이 이를 거부,사법부가 최종 판결을 내릴 때까지 정국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츄핑 이사는 "정국 혼란이 장기화되면 대만의 국가 신용등급을 현재의 'AA-'에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치 불확실성으로 대만 경제가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