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2일 탄핵됨에 따라 국정이 혼미해지고 국가 지도력이 무너지면서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고건 총리가 대통령직을 대행한다고 하지만 정국 혼란이 지속되고 각종 정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그렇지 않아도 내수 위축으로 지리멸렬한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융시장은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상승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증권시장 일각에서는 고 총리의 대통령직 대행 체제가 조기에 정착되면 정치 불안이 진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기업의 투자 심리 악화와 소비 심리 저하로 경기 회복이 지체되고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따라서 정치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여야가 경제 문제에 관한 한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하며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들이 정치 위기가 경제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혼신을 다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맞았다. ◆각종 경제 정책에 차질 우려 산업공동화와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하면서 정부는 경제의 중심을 고용 창출에 두고 일자리 늘리기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정부는 2008년까지 일자리 200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 아래 노사 문제 안정, 성장동력 발굴, 가계 부채와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 내수 부양 등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국가 지도력에 공백이 생기면서 이 같은 대책들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 회생책 중 쉬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치적 안정속에서 여야의 협조를 얻어 국가적 에너지를 결집해야 해결을 기대할 수 있는 난제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치 혼미와 국정 혼란은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갈등을 키워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5%대의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1.4분기 성장률은 4% 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호황이지만 내수가 너무 부진하기 때문이다. ◆투자.소비심리 악화 불가피 정국이 혼미해지면 기업의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시장 등 금융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부담스러워 한다. 정쟁과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여파로 잔뜩 얼어 붙어 있는 투자 심리가 악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작년 이후 회복되지 않고 있는 소비도 더욱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상황이 불안해지면 지갑을 열기가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내수 위축 심화→생산 증가 둔화→ 경제 성장 지체 등의 악순환이 연장될 우려가 커진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투자자들은 불확성을 가장 경계한다"고 지적하고 "내수 부진에 악화된 정치 상황이 맞물리면서 경제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몰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대통령 탄핵 발의 만으로는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탄핵이 현실화하면서 대외신인도 약화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상황은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의 중요한 평가 항목의 하나다. 신인도가 흔들리면 국가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기준 표인인 외국환평형기금 채권금리가 높아지고 금융기관의 해외 차입 금리가 상승하며 환율이 오르고 증시가 출렁이는 등 금융시장에 충격이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대통령 탄핵만으로는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국 혼란이 장기화하면서 경제에 대한 악영향이 가시화할 경우 신인도 유지를 낙관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정치 혼란이 경제 상황 악화로 이어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흔들리게 되고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국가 신인도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