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근교의 골프장에서 전격 회동함으로써 그 배경과 대화 내용 등이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비가 오는 바람에 골프를 치지는 못했지만 경제부총리가 취임 후 첫 라운딩 상대로 `재계의 수장' 격인 전경련 회장을 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참여정부 출범이후 소원한 느낌을 주고 있는 정부와 재계의 관계가 이번 회동을 계기로 급속히 개선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만남에서 두 사람은 창업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정부와 재계가 서로 손잡고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 부총리는 "비가 내려 해갈이 되듯 재계가 투자에 적극 나서 달라"고 요청했고 강 회장은 적극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왜 만났나 이날 회동은 전경련 쪽에서 먼저 제의했고 이 부총리가 흔쾌히 받아들여 성사됐다. 경제 부처 수장과 재계의 총수가 사전 예비 동작 없이 전격 회동한 것은 만남이서로 절실하게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로서는 올해 국정 목표를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두고 2008년까지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실업 등 고용 문제를 해소한다는 구상을 발표했으나 이를 달성하려면 재계의 절대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고용없는 성장'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투자가 밑받침되지 않고서는 일자리 200만개 창출의 전제 조건인 5%대 성장이 불가능한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당장 4월로 임박한 총선 때문에라도 정부.여당으로서는 재계의 협력이 필요하다. 올 들어 계속되고 있는 정부의 '기업 기살리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정치자금수사 등과 관련해 재계 전반에는 정부가 '반(反) 기업적'이라는 인식이 아직 가시지않고 있다. 정부로서는 시장지향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의 이 부총리를 내세워 재계를 다독일필요가 있었던 셈이다. 재계도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 완화와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 등과 관련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 들어 속도를 내고 있는 기업 투자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노력에 힘을 보탬으로써 재계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지난 18일 취임한 강 회장으로서도 '믿음직한 파트너'인 이 부총리와 채널을 터놓아야 대(對) 정부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운신이 활발해지고 입지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화두는 '투자 활성화' 이날 회동의 화두는 단연 '투자 활성화'였다. 결론은 관리형 기업이 아닌 창업적 기업을 키우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과거에는 우리나라에도 이병철씨와 정주영씨 등 미국의 빌 게이츠 같은 창업형 기업가들이 있어 투자가 크게 일어났으나 지금은 관리형 기업가들이 많은것 같다는 점에 견해를 같이 했다는 게 배석했던 김광림 재경부 차관의 전언이다. 강 회장은 "관리형 기업가들은 당기순익이나 주가, 경비 절감 등 단기적 성과에신경 써야 하므로 대형 투자가 이뤄지기가 어렵다"고 말하고 "창업형 기업가 정신을가진 대형 투자자가 유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총리는 "창업형 기업에는 신규 기업도 있을 수 있고 기존 기업도 있을 수있다"고 말하고 "이들 사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5년 정도는 조세 혜택을 제공하고일체의 행정적 간섭을 배제하는 방식의 인큐베이션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관리형 기업은 현상 유지는 가능하지만 국가 경제를 이끌고 고용을 창출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강 회장은 또 "상품 수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부가가치가 높은 플랜트 수출에 신경 써야하며 국가별로 마케팅 전략을 짜서 돈 되는 수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이 부총리도 공감을 표시했다. 이 부총리는 플랜트 수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도로공사나 주택공사, 토지개발공사, 가스공사 등 공기업의 인력과 장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특히 "국내 기업이 투자할 때에는 해외 자본.기술과 컨소시엄을 구성함으로써 대형 투자가 이뤄지지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정부-재계 밀월시대 오나 이 부총리와 강 회장은 정부와 재계의 협력 채널을 실질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재경부 공무원을 전경련에 파견하고 재경부 경제정책국 내에전담 부서를 두는 방식으로 정보 교환과 협력을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재계와 정부의 대화.협력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총리는 지난 18일 국회 답변에서 "우리나라 기업 환경은 여러 가지 규제가 많기 때문에 10점 만점에 잘 주면 7점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규제가 기업 활동에 장애가 되고 있음을 솔직히 인정한 발언이다. 지난 20일 정례 언론 브리핑에서는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는지 경제단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겠다. 한 달 정도 지나면 투명한 정책 방향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기업 활동에 장애가 되는 제도적 문제는 과감히 풀어나감으로써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날 이 부총리가 전경련 회장과 전격 회동한 것은 이 같은 다짐과 계획을 실천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구하고 재계에 협조를 당부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부총리가 취임 후 첫 대화 파트너로 전경련 회장을 택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하고 "이 부총리는 기업과 시장을 아는 사람인 만큼 기업의 경영 여건 개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계의 다른 인사는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참여정부의 반기업적 정서가 올 들어 크게 바뀌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 놓고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기업이 마음놓고 경영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중요한 만큼 기업인의 기를 살려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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