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측이 17일 공개매수 등 KCC의 지분경쟁 중단을 요구하며 `선(先) 공개매수 철회, 후(後) 범현대가 중재안 수용' 입장을분명히 했다. 이는 범현대가의 중재 지연에 대한 `화살'을 KCC측의 `반격'에 돌려 명분을 찾고 KCC측의 지분 추가매입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대측의 이같은 입장은 KCC가 지분경쟁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 한 중재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사실상 거부의사 표명이어서 이병규씨 등 범현대가가 추천한 인사들에 의한 중재 전망은 현재로서는 불투명해졌다. 실제로 KCC측은 "공개매수는 엄연히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며강행 의사를 밝히고 있다. 현대와 KCC 모두 표면적으로는 범현대가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입장속에 정작 그룹 경영권에 대해서 한치의 양보도 하지 못하겠다며 맞서고 있어 양측의 소모전은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현회장측, "KCC 공개매수 즉각 철회" = 현대그룹은 이날 자료를 내고 "KCC의공개매수 발표는 경영권 분쟁의 조기해결을 바라는 현대가 친족회사들의 진정한 뜻을 저버린 처사"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현대그룹은 "KCC가 증선위 결정이 있기 하루전 중재안을 적극 받아들이겠다며여론을 무마시킨뒤 처분명령이 나자마자 공개매수를 발표한 것은 변함없이 소모적인지분경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라며 "KCC가 경영권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중재안을 수용하는 입장이라면 먼저 공개매수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그룹은 "현대가의 중재안을 존중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KCC가 먼저공개매수를 철회해 중재안 수용 의지를 보인다면 범현대가의 중재안을 적극적으로검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대 고위 관계자는 "중재가 진행되려면 협상 가능성에 대한 분쟁 당사자간 상호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KCC의 최근 행보는 이러한 믿음을 저버리는 것이기때문에 중재안 수용에 맞는 전향적인 입장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측이 범현대가의 중재론에 대해 조건부 수용의사를 재강조한 것은 수용지연의 원인을 KCC측에 돌림으로써 이번 분쟁을 명분싸움으로 끌고가기 위한 취지로 해석되고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현대로서는 지분경쟁이 장기화될수록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분쟁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범현대가의 의견을 무작정 거부할 수는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뜻 수용하기도 힘들다는 입장이다. 범현대가의 중재안은 현대 일부 경영진에 대한 교체의 뜻을 담고 있는데다 범현대가와 KCC간에 교감이 흐르고 있다는 관측도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KCC, "공개매수 철회의사 없다" = 이에 대해 KCC는 "공개매수 방침과 범현대가 중재안 수용은 전혀 별개 사안"이라며 공개매수 강행 의사를 밝혔다. KCC 고위 관계자는 "공개매수는 지분을 새로 사는 개념이 아니라 처분명령에 의해 잃게 된 지분의 일부를 보충하는 개념인 만큼 KCC가 지분경쟁을 부추긴다는 현대의 주장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더욱이 아직까지 8%에 대한 공개매수만 밝혔을 뿐 (처분명령으로잃게 되는 지분 20.78% 중) 나머지 부분을 추가로 사겠다는 구체적인 입장을 정하지않은 상황에서 현대측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억지 논리"라고 덧붙였다. KCC의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범현대가의 중재안을 수용하겠다는 KCC 입장에도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KCC는 증선위의 처분명령 방침후 현대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만큼 지분매입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KCC는 지난 12일현대엘리베이터 주식 57만1천500주를 오는 18일부터 4월13일까지 주당 7만원에 공개매수하기로 했으며 이중 50만주는 KCC가 매수하고 대주주인 정상영 명예회장이 나머지 7만1천500주를 사들인다고 밝힌바 있다. ◆범현대가 중재 전망 불투명 = 한국프랜지, 울산화학, 현대중공업, 현대종합금속 등 범현대가 4개 계열사는 최근 이병규 전 현대백화점 사장 등 중립인사 3명을현대엘리베이터 신임이사로 추천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엘리베이터측에 전달했다. 현대백화점, 현대지네트, 현대백화점 H&S 등 백화점 계열사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한치도 굽힐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어 중재안이효력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다. 중재역으로 지목된 이병규 전 사장 역시 "현대와 KCC에서 먼저 받아들여 줘야만구체적인 중재활동에 나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KCC가 8% 공개매수를 끝으로 지분경쟁을 중단한다면 현대측이 중재안을 수용할가능성은 그만큼 커지게 되지만, 이 역시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이다. 결국 현대와 KCC가 서로 중재 지연에 대한 공을 계속 상대측에 넘기는 사이 양측이 주총시 치열한 표대결을 펼쳐야 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