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혁신전략을 도입하는 절차는 기존 고객은 물론 더 많은 비(非)고객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찾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된다.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는 비어있는 시장공간을 찾기 위한 여섯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산업 △전략집단 △구매자 집단 △제품ㆍ서비스 제공 범위 △기능ㆍ감성적 지향 △시간 등 기업들이 경쟁영역으로 간주해온 여섯가지 분야에서도 전략적 초점을 바꾸면 이제까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새 아이템을 찾아내는 데는 현재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도식화해 미개척 분야를 찾아내는 '전략캔버스'라는 분석도구가 활용된다. 경쟁이 없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낸 다음에는 이 제품이나 서비스가 구매자에게 얼마만큼의 효용을 주는지 분석해야 한다. 구매자에게 효용을 주지 못하면 수요가 생겨나지 않고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외면받기 때문이다. 김 교수와 마보안 교수는 이를 분석해볼 수 있는 도구로 '구매자 효용성 지도'를 고안했다. 구매자 효용성 지도는 구매, 배달, 사용, 공급 등 구매자의 6가지 소비행위 순환과정을 가로축으로 하고 소비자 생산성, 간결성, 편리성 등 6가지의 효용 수단을 세로축으로 해 총 36가지 사업 포지션을 보여주는 분석도구다. 새 아이템이 이 지도상 어디에 위치하는지 파악함으로써 효용성 분석이 가능하다. 구매자 효용성 분석을 통과해 새 전략이 도출된 다음은 이 전략을 실행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선 전략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충분한 이익을 내기 위해 효율적인 비용구조를 구축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대규모 수요를 창출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급속히 높이기 위해서다. 전략적으로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다른 회사들이 제품, 서비스를 모방하거나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일 여지를 주지 않게 된다. 또 전략적으로 책정한 가격으로부터 거꾸로 적정 이윤을 실현할 수 있는 목표 비용을 설정하고 그에 적합한 생산시스템을 설계해 손실이 나지 않는 비용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 전략적 가격책정, 비용구조 구축을 통해 거대 고객군을 선점하게 되면 상당기간 고성장, 고수익이 보장되는 새로운 시장 공간이 창출된다. 경쟁없는 새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가차원의 가치혁신도 기업과 마찬가지의 절차가 적용된다. 다만 국가의 경우 기업에서 고객에 해당하는 부분을 국민으로, 비(非)고객에 해당하는 부분을 다른 나라의 국민으로 치환하는 응용이 필요하다. 전략적 가격책정은 조세제도 개편, 효율적인 비용구조 구축은 정부조직 개편ㆍ사회기반시설 정비 등으로 바꿔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가치혁신을 통해 새로운 전략을 짠다고 가정해 보자. 우선 새 시장을 찾는 6가지 방법을 적용해 우리나라 국민뿐 아니라 다른 나라 국민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미개척 아이템을 찾아낸다. 이어 구매자 효용성 지도를 통해 국민들에게 어떤 효용을 줄 수 있을지 분석한다. 새로운 전략을 도출한 뒤에는 소득세 감면 등 조세제도 개편을 통해 다수의 외국 국민을 끌어들이고 국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 또 균형재정을 실현할 수 있는 재정지출 범위를 설정하고 그에 적합한 정부조직, 사회기반시설 등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경찰청 등 공공기관에도 같은 절차를 적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