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는 택시를 탈 때 거스름돈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요금이 얼마이든 잔돈은 사사오입(四捨五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터기 요금이 23바트면 택시기사는 20바트만 받고, 28바트가 나오면 손님이 30바트를 내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당장은 이익이나 손해일 수 있지만 몇 달쯤 지나면 대개 본전이 된다. 이 얼마나 지혜로운가. 이 같은 요금계산법은 국민의 95%가 불교 신자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듯싶다. 베풀면 복을 받고, 받았으면 베푼다는 불교식 보시(布施)를 생활 속에서 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정치판에서 '나 아니면 안된다', '너여서 안된다'식의 한 치 에누리 없는 셈법과는 차원이 다른 삶이다. 조금 덜 받고 조금 더 주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2월도 벌써 셋째주에 접어들었다. 바람이 매섭지만 햇살에선 봄기운이 완연하고 낮 길이도 부쩍 길어졌다. 그러나 이번 주도 어수선했던 지난 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우선 월요일(16일) 국회가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에 대한 네 번째 처리를 시도한다. 시시비비를 떠나 더 이상 국민들을 실망시키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바쁘게 생겼다. 한주 내내 국회, 청와대 행사, 기자회견 등으로 눈코 뜰새 없다. 4년 전 재경부 장관때 국회에서 '실패한 관료'라는 말까지 들었던 그가 부총리로서 '데뷔전'을 어떻게 치를지 궁금하다. 취임후 행보에서 예전보다 상당한 '내공(內功)'을 드러내 주목된다. 다만 총선을 앞둔 16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 질의는 폭로전으로 일관할 공산이 크다. 이 부총리가 접대비 실명제의 '때'(시행시기)가 부적절했다는 견해를 밝힌 터라 그가 참석하는 16일 국세청의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가 눈길을 끈다. 이 부총리는 20일 정례 기자회견에선 경제난 극복에 대한 복안을 밝힐 예정이다. 일자리 문제와 관련, 19일 통계청의 '1월 고용동향' 발표와 함께 대통령 주재 경제지도자 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린다. 숫자놀음이 아닌 실질적인 일자리대책을 기대해본다. 경제계에선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한 기업인 줄소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불법자금 규모가 자꾸 커지는 데다 주요 그룹 핵심인사들이 망라된 소환리스트가 돌아 우울한 분위기다. 절기상 19일은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다. 눈이 비(雨)로 바뀌고 꽁꽁 언 땅도 녹아 물(水)로 질척해지는 해빙기다. 기나긴 불황에 얼어붙은 서민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뉴스들이 많았으면 한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