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의 억지나 불장난은 용납하지 않겠다." "시장은 철없는 어린애들의 놀이터가 아니다." 이헌재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1일 취임 일성으로 이기주의가 판치고 있는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LG카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채권금융기관간의 불협화음과 한미은행, 외환은행 등 일부 금융기관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입각 초기의 노력이 시장 체제의 원활한 작동과 운영을 위해 시장참가자들의 자율과 책임에 바탕을 둔 '금융 규율' 확립에 집중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카드 사태로 촉발된 현재의 금융 불안은 1차적으로 카드사들의 방만한 경영에 책임이 있지만 채권자로서 감시를 다하지 못한 금융기관들도 문제가 있으며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분출된 이기주의는 시장 참가자로서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그의 상황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안은 적기에 대처해야 한다. 완벽한 정책과 모양새를 찾다 실기하면 국지적인 문제가 전반적인 문제로 확산된다"고 지적함으로써 LG카드 처리 등 경제 현안들을 신속하게 풀어나갈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이 부총리는 기존의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창출되지 못한 과도기적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는 성장 지체와 고용 불안에 대한 처방도 제시했다. 그는 "(정부 주도로 총동원하는) 60년대식 체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갈 새로운 패러다임이나 시스템은 아직 자리잡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장기적 안목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성장 시스템 확립에 시간이 걸리고 구조적인 불안이 생길 수 있는 점을 감안해 당장 일자리를 늘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과도기적 연계 정책을 시급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 불안, 노사 갈등 등 미시적인 애로 현상을 극복하고 구조적인 걸림돌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신용불량자나 가계 부채, 노사 문제 등에 대해 이전 경제팀과 달리 대처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명백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못박아 앞으로 도덕적 해이 비판을 받고 있는 신용불량자 구제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따른 농가 부채 등을 어떻게 해결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재경부 내부에 대해서도 연고주의와 복지부동을 청산하라고 일갈했다. 이 부총리는 "일하는 법을 배우고 전문 지식을 키워 나가기 위해 애쓰기보다 인연을 찾아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직을 관리하느라 전전하지 않았나 되씹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