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가 11일 KCC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에 대한 처분명령 방침을 전격 결정하면서 지난 10월 현정은 회장 취임후 수차례의 반전을 거듭해온 현대 경영권분쟁이 일단 현회장의 승리로 국면의 대전환을 맞게 됐다. 그러나 KCC측이 현대그룹 경영권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해 이번 결정은 `분쟁의 끝'이라기 보다는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일단 현회장측 우호지분이 KCC측을 큰 차이로 압도, 다음달 주총에서 `승기'를잡고 있지만 범현대가의 막판 거취에 따라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더욱이 KCC측이 증선위 결정에 따라 매도한 지분을 다시 사들일 경우 현회장측역시 대대적인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여 소모적인 지분경쟁 재연에 따른 사태 장기화가 우려되며 특히 KCC가 증선위 결정에 불복, 행정소송 등 법적대응으로 맞선다면이번 사태는 끝을 가늠할 수 없게 된다. 이와 함께 KCC측이 시장의 부정적인 반응과 여론 등을 의식, 엘리베이터를 포기하고 상선 지분 매입에 주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현대 경영권 분쟁의 `정점'이 엘리베이터에서 상선으로 옮아가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침묵을 지켜온 범현대가가 이병규 전 현대백화점 사장 등 중립인사 3명을 신임이사로 내세워 양측간 조율을 시도한다는 복안이어서 막판 극적 해결기대감도 나오고 있으며 소액주주의 거취도 변수로 남아있다. ◆KCC 대반격 나설까 = 증선위는 문제의 지분 전량(20.78%) 처분 및 정상영 KCC명예회장 및 KCC 검찰 고발이라는 초강경수 방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KCC측의 신규 지분 취득은 제한하지 않아 KCC측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기만 하면 다시 시장에서 엘리베이터 지분을 살 수 있는 길은 남아 있게 됐다. KCC측으로서는 지분 처분에 따른 현금 유동성 제고로 마음만 먹으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데다 증선위 결정에 따른 대량 매물 출현으로 엘리베이터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여 매입 여력은 더 늘어난 셈이다. 현정은 회장측은 `더 이상의 소모적 지분경쟁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KCC에서 반격에 나설 경우 방어 차원에서 지분매입에 나설 수 밖에 없어 양측간 지분경쟁이 또다시 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재로서는 현회장측의 자금동원 능력이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전으로접어들면 KCC가 유리할 수 있다. KCC가 이번 주총에서 패배하더라도 향후 우호지분과 우호세력을 결집, 임시주총소집을 통해 얼마든지 재기를 노릴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상선으로 분쟁 옮겨가나 = 이번 증선위 결정 이후 양측의 싸움이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상선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이긴 하지만 상선(엘리베이터가 15.16% 보유)은 증권과 아산, 택배를 거느리고 있어 실질적 영향력은 상선쪽이 더 크다. 실제로 현회장측은 다음달말까지 매각하도록 돼 있는 자사주(12.0%) 전량을 외국 우호세력에게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 상선 경영권 방어에도 부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현회장측은 올들어 그룹 경영전략팀(옛 구조본) 사무실을 상선으로옮긴 것을 비롯, 상선 중심의 체제개편을 구상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 상선지분 6.93%를 갖고 있는 KCC측이 엘리베이터 경영권 보다는상선 지분 매입을 통해 나머지 계열사 경영권 확보를 시도한다면 양측은 상선 경영권을 둘러싸고 또 한판의 승부를 벌여야 한다. 일각에서는 현회장측이 극한상황 발생시 엘리베이터 보유 상선지분을 일부 팔아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집, 엘리베이터 경영권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상선은 외부 우호세력과의 제휴를 통해 살려나가는 극약처방을 내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범현대가. 소액주주 거취는 = 현재 범현대가는 증선위 결정에 대한 즉각적 반응을 자제하며 중립인사에 의한 중재론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앞서 범현대가는 10일 긴급회동을 갖고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비서 출신인이병규 전 현대백화점 사장 등 3명의 인사를 신임이사로 추천키로 하고 이같은 입장을 조만간 주주제안을 통해 엘리베이터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분쟁이 가족간의 싸움인 만큼 특정한 쪽에 표를 몰아주는 편가르기 양상을최대한 막고 양측간 조율을 통해 접점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범현대가(15.41%)가 KCC측(16.11%)의 손을 들어주면 KCC측의 우호지분은 31.25%로 이번 주총에서 현회장측(30.05%)과 막상막하의 표대결을피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범현대가로서는 증선위 결정으로 `도덕적 치명타'를 입은 KCC측을 지지할 경우 부담이 적지 않아 운신의 폭이 넓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0%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현대엘리베이터 소액주주모임은 최근 현대-KCC 양측에 공개질의서를 발송했으며답변내용을 토대로 지지대상을 선정, 주총에서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키로 했다. ◆극적해결 가능성 있나 = 일단 범현대가의 추천으로 핵심중재역으로 떠오른 이병규 전 사장이 양측간 조율을 통해 사태 해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사장은 현대건설, 아산병원 등을 거쳐 현대백화점.홈쇼핑 사장을 지냈으며 이번 분쟁 과정에서 현대와 KCC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아왔던 인물이다. 현대그룹도 이날 발표한 입장자료에서 "이번 결정을 계기로 범현대가나 KCC와언제라도 만나 상의해 가겠다"며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할 의사를 보였다. 이에 따라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양측 모두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 현대와 KCC가 극적인 타협을 이뤄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미 서로간 앙금이 씻을 수 없는 상태로까지 악화된 가운데 중립적 인사 투입만으로 중재가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KCC측이 이번 증선위 결정에 반발, 행정소송을 포함한 법적 대응으로 나설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장기화될 수 밖에 없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