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처리가 또다시 무산됐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어 FTA 비준안을 상정했으나 투표 방식을 둘러싸고 의원들끼리 의견이 맞서 표결처리에 실패했다. 국회는 이번 주말까지 정부측과 피해농민에 대한 추가지원책을 협의한 후 오는 16일 비준안을 표결처리키로 했다. 비준안 처리가 또다시 연기됨에 따라 국가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찬성당론을 재확인한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농촌 의원들의 반대로 찬반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비준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무기명 비밀투표를 요구했고, 농촌 의원들은 기명투표를 제안, 표결에 부친 끝에 기명투표로 결정됐다. 그러나 농촌 의원들은 기명투표를 전자투표 방식으로 하자고 주장했으나 박관용 국회의장은 투표소에서 이름이 씌어진 용지에 찬반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석, 논쟁이 벌어졌고 결국 회의가 1시간30분간 정회되는 소동을 빚었다. 오후 10시45분 회의장에 돌아온 박 의장은 "10일 정부측과 각당 농촌의원 대표간 간담회를 열고 이어 11일 농림수산위 전체회의를 개의해 부총리, 농림부장관 등과 추가 농민지원책을 협의한 후 다음주 초 표결처리키로 각당 총무와 합의했다"고 선언한 후 산회를 선포했다. 전국농민연대는 이날 오전부터 국회 앞에서 1만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FTA 비준안 반대시위를 벌였다. 한편 국회 국방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을 표결로 통과시켰으나 열린우리당측이 내용 수정을 요구, 본회의에 상정하지는 못했다. 열린우리당은 "정부안의 일부 내용이 당론과 맞지 않는다"며 반박했고 민주당도 반대 권고 당론을 정함에 따라 본회의 처리가 미뤄졌다. 국회는 또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지난 2002년 대선후보 경선자금 등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결의안과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 석방 결의안도 표결로 통과시켰다. 서 의원은 이날 저녁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