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의해 이미 부당하다는 판정을 받은 덤핑관세 부과법을 미국이 고수하고 있는데 대해 제소할 수있음을 경고했다. EU 집행위의 파스칼 라미 무역담당위원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유럽의회 통상위원회에 출석해 EU가 지난해 6월 미측에 그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시정을 요구했으나이제껏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EU가 시비하는 덤핑관세 부과법은 이른바 `조준계산'(zeroing)이란 것으로 덤핑관세를 최대한 높게 매기기 위해 대상 품목의 원가 산정시 특정 부분을 자의적으로제외시키는 것을 말한다. EU도 과거에 이 방법에 의존했으나 세계무역기구(WTO)가 인도의 제소에 따라 지난 98년 이것이 부당하다고 판정하자 2년 후 사용을 중지했다. 이와 관련해 `조준계산' 방법이 부당하다는 점을 미 법정에서 처음으로 제기했던 워싱턴 소재 법무법인 시들리 오스틴 브라운 앤드 우드의 통상전문 변호사 닐 엘리스는 "EU가 사용했던 방법이 부당한 것으로 드러난 마당에 미국의 관행이라고 합당할리가 없다"고 말했다. 집행위는 미국이 이 방법을 사용해 "유럽 수출업계에 과다한 덤핑관세를 매겨온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로 인한 피해가 "몇억달러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집행위는 미국이 합당한 방법으로 덤핑 여부를 계산했더라면 유럽에서 미국으로수출되는 열연강, 스테인리스강, 베어링과 화학제품, 그리고 파스타류에 최소한의덤핑 관세만 부과되거나 아예 매길 것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행위측 변호사들은 미국이 이런 편법을 동원하는 바람에 특히 피해를 본 유럽기업에 티센크루프, 코러스 그룹과 BASF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라미 위원은 "필요할 경우 EU 15개 회원국이 공동으로 (제소) 절차를 밟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EU 외에 한국, 브라질, 홍콩, 일본, 멕시코 및 스위스도 `조준계산'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면서 WTO가 이에 관한 `새로운 규정'을 만들도록 촉구해왔다고 상기시켰다. 전문가들은 `조준계산'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EU의 갈등이 양측간에 이미 심각한 통상 마찰들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각되는 점을 주목했다. 즉 WTO가 이미 규정 위반으로 확정한 미국의 해외판매법인 면세법이 오는 3월 1일 이전에 손질되지 않을 경우 EU가 미국에 연간 50억달러에 달하는 무역 보복을 가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갖춰진 상황임을 상기시켰다. 또 미국이 외국기업에 벌금을 부과한 뒤 여기서 확보되는 돈을 미국내 경쟁기업에 기술개발 또는 의료비 지원 등의 명목으로 제공되도록 하는 이른바 `버드 수정법'역시 WTO에 의해 불법 판정이 나 EU 외에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10개국에 의해 공동보복이 가해지기 직전인 점도 지적됐다. (제네바 블룸버그=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