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인도ㆍ태국 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를 앞두고 인도에 진출해 있는 현대자동차 등 한국 자동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FTA가 발효되면 태국에 많은 부품업체를 두고 있는 일본 업체들은 궁극적으로 부품수입에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반면 한국에서 부품을 들여가야 하는 현대차 등은 현행 20%의 관세를 그대로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첫 사례인 한ㆍ칠레 FTA조차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하고 표류하는 상황에서 자동차 전자업체들의 피해는 곳곳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12일 KOTRA와 업계에 따르면 인도ㆍ태국 FTA 발효에 따라 오는 4월부터 자동차부품 관세가 현행 20%에서 10%로 낮아진다.


관세는 2005년 5%로 낮아진 뒤 2006년부터는 0%로 떨어지게 된다.


강석갑 KOTRA 뉴델리 무역관장은 "인도ㆍ태국 FTA 체결로 태국에 부품업체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놓은 일본의 도요타 혼다 등은 태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곧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되지만 현대차 등은 20%의 관세를 물고 부품을 들여와야 하는 만큼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인도의 관세에는 별도의 부가세가 붙게 돼 있어 한국업체들은 실질적으로 40%에 가까운 관세를 내야 하는 실정이다.


강 관장은 "이번 FTA의 최대 수혜자는 도요타 혼다 등"이라며 "이들 업체가 양국 정부에 강한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FTA가 단순히 국가간 무역장벽을 허무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무역전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김재일 현대차 인도법인장은 "인도 부품산업 육성이라는 명목을 내걸고 인도산 부품을 75% 이상 활용할 수 있도록 로컬콘텐츠 비율을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인도 정부는 50∼55%선에서 부품 비중을 유지할 움직임"이라며 "태국산 부품을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나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각국별 FTA 체결에 따른 피해는 올들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미ㆍ칠레, 미ㆍ싱가포르 FTA가 발효되면서 이 지역에서도 자동차 전자업종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칠레사무소 김원식 부장은 "칠레가 멕시코와 FTA를 체결한데 이어 미국과도 FTA를 맺음에 따라 대부분 전자업체들이 멕시코와 미국공장에서 제품을 제로관세로 들여오고 있다"며 "반면 대우는 한국에서 제품을 들여와 6%의 관세를 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가격에서는 경쟁사와 9~10%의 차이가 난다며 경쟁력을 유지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미ㆍ싱가포르 FTA 발효로 미국시장에서 싱가포르와 경합하는 한국산 전자제품과 섬유류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뉴델리=김병일ㆍ류시훈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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