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칠레, 싱가포르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앞으로 미국이 택할 FTA 정책의 기본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5일 통상전문가들에 따르면 칠레와 싱가포르는 모두 신중한 거시경제 정책을 기반으로 하는 개방경제를 지향, 미국으로서는 비교적 쉬운 FTA 상대국이었던 것으로평가된다. 미.칠레, 미.싱가포르 FTA는 상품교역에서부터 서비스, 정부조달, 지적재산권,노동, 환경 등 미국이 원하는 모든 분야의 개방이 포함된 포괄적 협정으로 미국은다른 나라들과의 FTA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같은 형태의 협정을 요구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FTA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더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으며 특히노동 및 환경 분야 마찰에 상호조정이나 무역제재 대신 벌금 규정을 이용하고 있어눈길을 끈다. 미국은 FTA를 추진할 때 자국의 농업이익을 최대한 보호하는 쪽으로 협상을 끌어갈 것이라는 점도 시사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싱가포르가 농업수출국이 아니기 때문에 농업에 대한 부담이 전혀없었고, 칠레도 농산물이 계절적으로 경쟁관계에 있지 않아 큰 부담이 없는 데도 포도주 등 민감품목은 관세철폐 이행기간을 최장 12년까지 설정했다. 미국은 또 FTA 협상 과정에서 반덤핑 및 상계관세법 등 무역구제 조치에 대한수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가 대통령의 무역협정 체결권한인 무역진흥권(TPA)에 자국의 반덤핑 및상계관세법을 약화하는 협정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명시함에 따라 미 무역구제법으로 피해를 본 칠레도 FTA 협상에서 무역구제법을 유지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은 칠레, 싱가포르와의 FTA에 자국이 경쟁력 있는 전자상거래 조항을 넣은것처럼 새로 등장하는 무역이슈를 계속 포함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FTA 추진에 있어서 정치적 요소도 미국의 필수 고려사항이다. 미국은 칠레가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자 FTA 서명을 연기한 반면 싱가포르와의협정에는 곧바로 서명했다. 한 통상전문가는 "미국과의 FTA 추진에서는 관세인하 효과보다는 관세 이외의다른 이슈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