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 프로젝트를 짜주시오."

한국타이어가 최근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매킨지에 긴급 의뢰한 용역 내용이다.

타이어 원재료인 천연고무 가격은 치솟는데 내수 부진으로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없어 취한 고육지책이다.

이 회사는 다행히 지난해 유럽쪽 수출이 예상외로 호조를 보여 손실은 면했지만 고무가격 폭등으로 적어도 수백억원의 순이익을 허공에 날려 버렸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오름세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

게다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예상보다 높은 선을 유지하고 있어 기업들이 받는 원가 압박과 이에 따른 채산성 악화는 새해 기업경영에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회복으로 산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측된 일.

그러나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성장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원자재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으로 향하는 원자재가 급증하면서 벌크선마저 동이 나 운임이 폭등, 관련 업체들은 채산성을 맞추는데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올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어서 '중국발 원자재 대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원자재값 올라 못살겠다"

원자재 수입 업체들은 "지난해 3ㆍ4분기 이후의 수입가격 폭등은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던 일"이라며 볼멘소리 일색이다.

대부분 원자재 가격이 작년 6월보다 50% 이상 올랐다.

2∼3년 전에 비하면 3∼4배 높은 가격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품목도 콩 밀 옥수수 등 곡물에서 고철 원목 펄프 석탄 천연고무 등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이다.

세계적 해운 전문 연구기관인 영국 클락슨사의 해상 물동량 전망치가 매달 20% 이상 차이를 보일 정도여서 전망조차 믿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올해 천연고무 예상가격을 t당 1천3백달러로 전망했다가 최근 1천4백달러로 수정했다"며 "미셰린의 경우 1천6백달러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배삯은 부르는게 값이 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석탄 수입처인 동서발전의 장주옥 연료팀장은 "요즘 운임 시장은 크레이지 마켓"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채산성이 나빠진 수입업체들은 아우성이다.

원자재가격을 제품가격에 1백% 떠넘길 수도 없는 처지여서다.

전기로업체 J사 관계자는 "수입고철 가격은 최근 50% 이상 폭등했는데 철근가격은 t당 40만원대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등 산지에서 장난을 치는 바람에 납기를 못맞춘 경우도 있었다"면서 "90년대 중반 이후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곡물가격 상승은 광우병 조류독감 등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축산농가와 사료업체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사료협회 홍순찬 기획팀장은 "배합사료 가격의 80% 이상이 옥수수 콩 등 원재료비"라며 "결국 음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에 전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당분간 현 추세 이어질듯

원자재 가격 폭등은 적어도 올 2ㆍ4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올해도 벌크선 선복 증가율이 3.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세계경제 회복세가 본격화하면서 물동량이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범양상선 전항윤 조사분석팀장)

포스코 서명덕 팀장은 "포스코의 경우 30여대 전용 운반선을 확보해 놓고 있고,철광석 공급 계약도 장기베이스여서 지난해는 큰 타격이 없었지만 올해는 사정이 조금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8년과 2010년으로 각각 예정된 베이징올림픽과 상하이세계박람회는 도로 지하철 등 인프라 시설에 소요되는 원자재 수요를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게다가 중국의 호황으로 중국에서 들여와야 하는 원자재의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내수 우선 정책으로 당장 타격을 받고 있는 원자재가 유연탄이다.

한국선주협회 양홍근 부장은 "호주와 인도네시아 쪽으로의 석탄 수입선 변경이 불가피하다"면서 "때문에 수송기간이 현행 1주일에서 최대 40일까지 길어져 원활한 선복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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