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실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성장잠재력)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이미 4%대로 떨어졌다고 밝힌 데 이어 한국금융연구원도 성장잠재력이 지난 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1일 재정경제부의 연구 의뢰를 받아 발표한 '잠재성장률과 성장잠재력의 추이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최 위원은 "잠재성장률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적정 성장률'이라는 전통적인 의미보다는 자본·노동 투입과 경제시스템 등을 감안해 달성 가능한 성장률을 나타내는 '성장잠재력'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통적 의미의 잠재성장률이 개방화와 50년래 최저수준인 세계적 '저(低)인플레' 덕에 2000년 이후 6%대로 높아졌지만 정작 이를 달성할 경제의 실력(성장잠재력)은 80년대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 위원은 "잠재성장률과 성장잠재력 간의 괴리는 투입량 위주 성장전략의 체제적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정치 사회 교육 등 모든 방면의 구조조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 등 요소 투입의 중요성이 낮아지면서 한국도 '고용없는 성장(growth without jobs)'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지금은 일자리 창출보다는 경제체질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실제 성장률이 6%대로 높아져도 물가를 자극하지 않을 수 있지만 고용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경제의 구조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분석은 최근 한은이 2000년 이후 잠재성장률이 이미 4%대로 떨어졌고,과격한 노사관계와 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해소하지 않으면 향후 10년간 3%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한은의 '잠재성장률'과 금융연구원의 '성장잠재력'은 사실상 같은 개념으로 사용된 것이다.


보고서는 성장잠재력 약화가 생산요소의 투입보다는 기술발전이 강조되고 국가간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에 한국 경제가 적절하게 대응치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특정산업 의존도 심화,산업 공동화,노사관계 악화,금융부문의 취약성 등이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향후 한국 경제가 성장잠재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요소투입형에서 기술발전과 결합된 성장모델로의 전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통한 시장 확대 △물가보다는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통화정책 등이 시급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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