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을 졸업한 대형 기업들이 잇따라 매물로 나옴에 따라 부실기업 인수ㆍ합병(M&A)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회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매출 수조원대의 대기업인데다 상장사가 많아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판도 바뀌는 부실기업 시장 올해까지는 법정관리 업체들이 부실기업 M&A시장의 주류를 이뤄 왔으나 내년부터는 워크아웃 업체로 시장의 중심이 옮겨갈 전망이다. 법정관리 기업 가운데 상품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던 미도파 쌍방울 기아특수강 뉴코아 고려산업개발 극동건설 등 대형 업체들이 지난해 M&A시장에서 대부분 새 주인을 찾았기 때문이다. 대신 급부상하고 있는 워크아웃 기업 M&A 시장의 주류는 단연 옛 대우그룹 계열사들이다. 이들 회사는 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채권단의 관리절차를 거쳐 대부분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난 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매각방침이 확정된 회사는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종합기계 대우조선 등이다. 대우종합기계는 내년 3월 예비입찰, 5월 본입찰 절차를 밟아 늦어도 9월 이전에 매각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며 현재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삼영 등과 미국계 칼라일 등 20여개 국내외 업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도 워크아웃 과정을 거쳐 업계 1위를 차지할 만큼 건실한 회사로 성장,아직 매각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많은 투자자들이 입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수십개 기업이 매물로 가장 먼저 M&A 성사가 예상되는 업체는 KP케미컬이다. 채권단은 수일 내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발표할 계획이다. 벽산건설도 내달 16일 2차 입찰을 실시해 채권단 지분 51%를 넘기기로 했다. 이 밖에 신호그룹 계열이었던 신호제지와 신호유화는 최근 KDB론스타와 삼일회계법인을 각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매각절차에 들어갔으며 ㈜새한과 새한미디어 등 새한그룹 계열사도 내년중 새 주인을 찾아준다는게 채권단의 계획이다. 최근 매각이 무산된 남선알미늄도 재매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법정관리 기업들도 매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부터 원금상환 일정이 돌아오는데 따른 것이다. 현재 이트로닉스(옛 해태전자)는 이레전자와 막바지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다. 상장사 가운데 진도는 내년 2월중 공개입찰을 통해 새 주인을 찾게 되며 우방도 내년초 입찰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채권단 관계자는 전했다. ◆ 공동매각 서두는 채권단 최근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 채권은행들은 '출자전환주식 매각 공동협의회'를 구성키로 했다. 워크아웃을 졸업하면 회사를 관리할 주체가 없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채권과 지분을 관리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든 첫번째 케이스다. 협의회는 매각과 관련된 사안은 물론 경영진 선임 권한을 갖게 된다. 또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협의회 결의에 따라 개별적인 주식 매각을 금지할 수도 있다. 매각협의회는 최대주주인 채권금융회사가 주관기관이 된다. 협의회는 부실책임이 있는 구사주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인수 자격을 박탈하고 주식 매각 성공시 경영진 및 자금관리인, 주관기관에 특별보수를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도 안건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