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밖의 수출 호조 덕분에 경기 회복 조짐이 엿보인다는 '희망찬' 분석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일반 국민의 살림살이도 나아지고 있다는 실감으로는 좀처럼 이어지지 않고 있다. 29일 통계청이 내놓은 '1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생산 증가율은 4.7%로 10월의 7.4%에 비해 꺾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승 국면을 지속하고 있고 국내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 주력 품목인 자동차(34.5%), 반도체(9.2%), 영상.음향.통신(6.7%) 등도 모두 호조세를 나타냈다. 평균 가동률도 80.0%로 과거 같으면 호황이라고 할 만한 80% 수준을 두 달째 지속하고 있고 재고율도 7.1%로 석 달 내리 감소세다. 현재의 경기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월에1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11월에도 100.9로 상승세를 유지했고 미래의 경기를 전망하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2.5%로 10월의 1.5%를 비교적 큰 폭으로 웃돌았다. 외관상 지표로는 수출 주도하에 경기가 바닥 국면을 완전히 넘었다는 확신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대목들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선진국의 경기 회복과 `중국 특수'라는 외적 여건에 힘입은 수출 부문에 국한된 현상일 뿐이고 신용불량자 급증, 취업 대란 등으로 허덕이는 내수 경기는 '아랫목'의 온기가 확산되기는 커녕 심각한 침체 국면을 벗어날 조짐이 전혀 엿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도소매 판매액이 작년 11월에 비해 3.7%나 줄어 외환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가 극심했던 지난 1998년 11월의 8.0% 감소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진 점만으로도 쉽게 이해되는 부분이다. 지난달의 도소매 판매 부진이 3.4분기처럼 대표적 내구 소비재인 자동차와 연료판매액 등 일부 품목에 집중되지 않고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점은 소비자들이 앞으로 도 지갑을 열지 않겠다는 징후로 해석되고 있다. 더욱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산업용 중간재와 기계장비 등이 도소매 판매 부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나 최근의 소비 심리 위축이 기업의 투자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11월의 산업생산 증가율이 10월에 비해 꺾인 주원인이 수출 증가율 둔화 때문이라는 점, 설비투자 추계가 마이너스 8.1%로 급락한 주원인 역시 비수출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투자 부진이 결정적이었다는 점 등은 내수가 실물 경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단기간 내 회복도 어렵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수출을 중심으로 실물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내수 회복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그러나 설비투자의 경우 급락하기는 했으나 영상.통신 등 수출 주력 산업에서는 비교적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내수 부문의 투자 부진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