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단일 외국인 지분이 10%를 넘어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분류됐다가 지분 변동으로 '외투기업' 요건에서 빠지게 된 기업에 대해 6∼12개월간의 유예기간을 적용, 출자총액제한의 족쇄를 풀어주기로 해 주목된다. 현행 제도가 외국인 투자자에 의한 국내 대기업의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에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뒤늦게나마 수용키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 SK 경영권 방어엔 때늦은 대응 공정위는 법 개정이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빨라야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최태원 회장측과 유럽계 투자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SK㈜ 경영권 다툼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내년 3월로 예정된 SK㈜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소버린과의 표대결을 앞둔 SK그룹에는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것. 소버린은 최근 보유중인 SK㈜ 주식지분 14.99% 가운데 12.03%를 4개 자회사 펀드에 전격적으로 분할 매각,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단일 외국인의 지분이 10%를 넘는 경우에만 외국인투자기업으로 간주, 국내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없이 인정하고 있어 이번 조치로 SK㈜가 외투기업에서 제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만일 SK㈜가 외투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측 지분(15.93%) 가운데 9.46%는 순자산의 25% 초과 규정에 묶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자칫 경영권을 송두리째 소버린측에 빼앗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다만 외국인투자촉진법에 의거,외국인투자기업 지정 권한을 갖고 있는 산업자원부는 "외국인투자촉진법은 외국인 지분이 10% 이상인 경우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지정토록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칙적으로 자회사 등 상호 출자관계에 있는 회사는 하나의 투자자로 인식하는게 옳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SK㈜가 당장 외투기업 탈락에 따른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은 없다는 관측이지만 공정위의 이번 법개정은 앞으로 되풀이될 수 있는 이같은 논란의 소지를 없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다른 역차별적 규제는 여전 출자총액제한제도 외에 금융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조항도 안정적인 기업경영을 어렵게 하는 규제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최근 공정위가 금융회사의 계열사 주식 의결권 제한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 역시 외국인 투자자의 '공략'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 상호 출자를 위반한 기업에 대한 의결권 제한과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는 조항도 주주 평등 원칙을 위배한 규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무런 규제없이 국내 주요기업의 주식을 취득, 경영권 장악을 노리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국내 대주주의 손발을 묶어놓고 있는 조항들은 차제에 전반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