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가 LG전자와 삼성SDI에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사업 합작을 제안해왔다. 소니의 이같은 제의는 삼성전자와 2조원 규모의 LCD(액정표시장치) 합작사를 설립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LG전자와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니가 PDP 합작회사 설립을 공식적으로 제안해왔다"고 25일 밝혔다. 양사는 아직 소니의 제안에 확답을 주지 않은 상태이나 두 회사가 어떤 답을 주느냐에 따라 LCD에 이어 PDP 시장도 변화가 예상된다. LG전자는 단독으로 사업을 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소니의 갑작스런 제의로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라인 1개당 2조∼3조원이 들어가는 LCD와 달리 PDP는 투자비가 3천억∼5천억원 수준이어서 자체 자금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PDP가 향후 대형 디지털TV의 주력 디스플레이로서 회사의 '캐시카우'(주요 수익원)가 될 것이 분명한 만큼 굳이 다른 업체와 제휴를 맺을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소니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부터 소니에 PDP 모듈과 PDP 세트를 월 1만대 가량 공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소니가 삼성전자와 LCD 부문 합작사를 설립키로 한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합작에 따른 득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SDI는 일단 '거부'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 역시 완전히 거부한 상태는 아니다. 소니가 LG전자와 삼성SDI에 PDP 사업 합작을 제의한 것은 일차적으론 PDP 모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PDP TV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PDP 모듈(디스플레이 뒷면에 회로까지 붙인 제품)도 심각한 공급부족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니는 생산시설이 없어 PDP 모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오는 2007년까지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업체와 제휴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니는 특히 삼성SDI와 LG전자가 세계 1,2위의 생산체제를 갖춘데다 수율이 좋아 PDP 모듈의 질이 뛰어난 점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과 LG는 일본 기업에 비해 2∼3년 늦게 시장에 진출했으나 양산 수율이 안정되면서 올들어 PDP 사업이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반면 일본 메이커들은 양산 수율이 떨어지는 데다 적자가 누적돼 생산능력 증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업체의 경우 삼성SDI가 월 13만대,LG전자 월 6만5천대 등 모두 월 19만5천대의 생산능력을 갖춰 일본의 18만6천대를 앞섰다. 소니가 굳이 국내업체들과 손을 잡으려는 것은 이같은 추세를 고려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소니는 특히 디지털TV 핵심부품 조달체제를 확보해 TV 시장의 주도권 탈환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수준의 LCD 및 PDP 모듈 생산능력을 갖춘 국내업체와의 협력은 소니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