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22일 태평로 클럽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삼성의 내년도 투자계획, 삼성카드와 삼성 캐피털 합병, 인사문제 등 그룹의 전반적인 현안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이 본부장은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 "주주대표소송이 걸릴 일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으며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는 게 관행"이라는 의외의 말을 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삼성전자 협력업체에 1조원을 지원키로 한 이유는. ▲외환위기 이전 협력회사를 지원해 왔지만 외환위기 이후에 퇴색된 것을 지난 16일 연말 사장단 회의에서 회장지시로 재검토한 것이다. 회장께서 "전자는 실적이 좋은데 전자 협력업체는 수익성이 적다"고 지적해 중소기업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한 것이다. --국내 협력업체만을 대상으로 할 것인가. ▲국내협력업체가 대상이다. 해외공장 이전시에도 동반진출 등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할 생각이다. --협력업체 지원으로 주가가 떨어지지는 않겠는가. ▲ 중소기업이 잘 돼야 전자 등 관계사에도 유익하다는 상생경영 차원이기 때문에 주가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삼성과 거래하는 회사는 대를 이어 거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를 이을 아들이 경영자로서의 소양을 갖추도록 경영자의 자녀와 친인척을 대학생 시절, 방학기간 4개월씩 4년간 16개월을 인턴사원으로 가르친다든지, 대학졸업하면 2년정도 삼성에서 순환근무 시킨다든지, MBA과정도 지원해 준다든지 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내년 투자 15조원은 어떻게 쓰나. ▲국내 투자 11.4조원은 반도체에 60%이고 LCD, PDP 등에 집중하며, 4.4조원은 연구개발 투자로 활용한다. --내년 투자계획은 삼성전자 화성공장 증설 허용을 염두에 두고 짰나. ▲ 화성공장은 이미 허가가 난 12∼13라인분만 투자에 반영됐고 정부가 허가해줄 것으로 언론에서 보도한 화성공장 증설분은 반영하지 않았다. --삼성카드와 캐피털 합병배경은. ▲중복사업을 피하고 인프라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등 효과를 높이는 이점을 감안, 구조조정 차원에서 합병을 결정했다. 원래 3년 전부터 합병을 신중히 검토했었는데 당시는 금융시장이 좋을 때 양쪽 다 상장해서 합병할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조기에 합병해 증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향후 수익성이 개선됐을 때 해외자본을 참여시킨다든지 해서 상장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생명의 증자참여가 경영권승계를 보호하려는 포석이 아닌가. ▲그런 것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현재 국내 금융시장은 매우 불안하고 삼성의 금융부문에서 문제가 일어나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자는 단순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다. 생명은 여유자금이 많은데 국내에 투자할 곳도 많지 않고 특히 카드 캐피털 부문은 장기적으로는 고수익이 예상되기 때문에 수익성 차원에서 생명이 증자 참여를 검토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금융사업에는 금융회사들이 참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삼성생명이 카드 증자에 어느정도 참여하는가. ▲카드 증자는 1조원 정도 생각 중이다. 기존 주주와 생명이 어느 정도 참가하는가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에서 검토중이다. --삼성이 은행업에 진출할 생각이 있는가. ▲ 방카슈랑스 등 금융에 대한 벽이 허물어진 상황에서 어느 정도 은행과의 제휴는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약 3% 미만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은행업 진출은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다. --구조조정분부를 해체하라는 정부의 주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구조본 해체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고, 공정거래위원장이 5대그룹 구조본부장 간담회에서 지주회사가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있다. 지배구조는 주주가 결정할 문제이지 외부(정부, 학계, 단체)에서 주장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것과 똑같이 삼성전자 주주가 삼성전자 지배구조를 결정하는 것이다. --사장단 및 임원인사 시기와 폭은. ▲사장단은 1월 중순쯤 작년과 비슷한 시기에 하고 임원은 설 전에 할 생각이다. 금년은 업적이 좋고 세전 이익율도 10%를 넘는데 세계 어느 유수 기업보다 적은 게 아니다. 특히 내년 전망도 좋아 내심으로는 내년이 가장 업적이 좋은 해가 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금년 인사는 작년보다도 승진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장.임원 평가는 과거 수년 실적과 미래 경영성과를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평가하는데 최근 2-3년간 실적이 좋았고 미래에 대한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본다. --새해 경영방침이 `글로벌 일류기업 구현'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올해 휴대폰은 5천500만-6천만대 팔았는데 이중 국내 판매분은 700만-800만대에 불과하고 메모리는 대부분 이익이 해외에서 난다. 이렇듯 시장이 글로벌한 상황에서는 1등을 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 내년도 경영방침은 1등 상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 상위 회사가 되자는 의지다. 재작년과 작년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세계에서 일류로평가 받자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 건강은. ▲ 전혀 문제 없다. 금년에 VIP 50여분 만났고, 해외출장도 120여일 다녔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도 역동적으로 했다. 또 메모리.휴대폰 전략회의도 하고 여가 있으면 보도된 대로 체력단련도 하고 전혀 문제없다. --신년초에 해외출장을 갈 계획이 있나. ▲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1월 중순쯤 해외출장 갈지 모르겠다.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는 승진하나. ▲ 상식적으로 보자. 연초에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했는데 일년마다 그렇게 승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검찰 정치자금수사와 관련, 시민단체는 주주대표소송을 준비중인데. ▲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검찰 조사 끝나면 밝혀지겠지만 대표소송 전혀 없을 것이다. 회사 돈을 갖다 쓰지 않았는데 대표소송 어떻게 하나. 정치자금으로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 --삼성 수뇌부의 결정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보는데 실장께서 보시는 국내경제 현안에 대한 입장은. ▲지표상 수치보다는 기본적으로 잠재성장률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거 우리의산업발달 과정에서 일본이 앞서고 우리가 뒤따라 갔는데 일본이 피크에서 내려갈 때우리가 올라간 것이다. 지금은 중국이 과거 일본-한국 모델을 따라가고 있지만 중국이 우리보다 훨씬 강력하다. 우리 품목이 중국에 머지 않은 장래에 경쟁력을 상실할것이라는 위기감이 있다. 또 우리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원천기술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우리는 정신 바짝 차리고 정말 힘내서 하면 세계 누구 못지않게 잘 할 수 있는 `근성'이 있다. 내년에 글로벌 일류기업이 되려면 국내의존도를 줄여야 하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힘을 내야 한다. 잘해 보려면 해외에서 잘해야 하고 잘 할수 있는 가능성도 많다. --이건희 회장이 차기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취임할 생각이 있나. ▲생각하지 않고 있다. 내년에는 전경련 회의에 자주 가실 것이다. --대북사업은 적극 추진하나. ▲북한에 가서 비즈니스 해서 이익이 나면 당연히 간다. 인프라 등 비즈니스 차원에서 확신이 서면 가겠지만, 서운할지는 모르지만 단순히 북한이 동포라는 차원에서 진출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건만 된다면 백색가전이 갈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 --이건희 회장이 국내에 머물때 이 회장과는 하루에 몇 시간이나 같이 보내나. ▲일이 있으면 자주 뵙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1주일에 1번정도 뵙는다. 한번 만나면 짧으면 1시간, 길면 여러시간 있는다. --외부사람을 자주 만나나. ▲거의 사람을 안만난다. 과거 소병해 실장이후 (구조조정본부장은) 관습상 외부사람은 안만난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 기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