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WMD) 포기 선언으로 이라크전 이후 불붙은 중동 특수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재계는 특히 유엔의 경제제재 해제조치에 이어 미국도 곧 리비아에 대한 경제봉쇄 조치(엠바고)를 풀 것으로 보여 오일머니 선점을 위한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라크에 버금갈 기회의 땅 해외건설협회 플랜트지원실 강연웅 실장은 "조만간 미국의 경제봉쇄가 해제되면 외국인 투자가 보다 활성화될 전망"이라며 "2010년 월드컵 티켓이 리비아튀니지연합에 돌아갈 경우 월드컵특수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KOTRA 정영화 트리폴리 무역관장도 "지난 9월 유엔의 대 리비아 경제제재 해제 소식이 전해진 이후 리비아 국민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세계무대에 나서게 되었다'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며 현지의 고무적 분위기를 전했다. 세계 7대 산유국이지만 기존 정유시설이 대부분 노후화돼 있어 교체수요가 예상되며 도로 등 인프라에서도 상당한 잠재수요가 점쳐진다. 특히 리비아는 한국 건설업체들의 독무대나 마찬가지여서 추가 수주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미국 유럽기업들은 경제제재조치로 본격 진출을 꺼리고 있는 상태. 올들어서만도 대우건설은 2억9천만달러 규모의 벵가지 북부화력발전소 공사를,현대건설은 2억8천만달러 규모의 자이아 복합화력발전소를 각각 수주했으며,11억달러에 달하는 걸프스팀 파워프로젝트에 이들 업체가 입찰 중이다. 반면 경제제재가 풀리면 파이를 나눠야 하는 단점이 있다. ◆자동차 에어컨 등 유망 한국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 시장개방에 따른 과실을 상당히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미국의 엠바고 조치로 리비아와 이렇다 할 수출관계를 맺지 못했었다. 관납형태의 제한적인 우회수출만 해왔다. 올해의 경우 현지 택시용 베르나를 1천대 가량 수출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엠바고가 풀리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1월에는 현지대리점도 개설했다. GM대우는 과거 대우차 시절의 수출물량을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GM대우 관계자는 "옛 대우차가 다른 업체에 비해 리비아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인 덕분에 미국의 금수조치전 완성차 기준으로 연간 1만∼2만대,KD(현지조립판매)로 연간 6천∼1만대를 수출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시장점유율 65%인 에어컨에,삼성전자는 컬러TV 세탁기 등 판매에 주력할 방침이다. 김병일·김홍열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