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한 채 언저리만을 맴도는 '비수렴 함정'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비수렴 함정'이란 후진국이 선진국과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정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그동안 추진해 온 기술모방과 양적인 규모확대 위주의 성장전략을 기술개발과 생산성향상 위주의 혁신전략으로 바꾸지 않는 한 선진국 진입이 불투명하다는 진단이다. 한은 금융경제연구원은 22일 '성장전략의 전환 필요성과 정책과제'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10여년동안 미국의 40∼50%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로는 '낮은 생산성'이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90년대 이후 노동 자본 등 요소 투입량은 꾸준히 늘어 왔지만 선진국과의 소득격차는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투자율은 지난해 말 26.1%로 미국(18.5%) 일본(25.6%) 대만(16.9%) 싱가포르(21.0%) 등에 비해 높았지만 생산성 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할 때 40∼50 정도에 그쳤다. 싱가포르ㆍ홍콩(90)의 절반 수준이고 영국ㆍ프랑스(80) 일본(70) 등에 비해서도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똑같은 돈을 투자하고도 절반 정도의 성과밖에 얻지 못하는 구조인 셈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