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反기업정서 해소해야 해외이전 막는다" ] 한국경제신문은 LG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참여정부의 향후 경제정책 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경제학)의 주제발표에 이어 권오규 대통령 정책수석비서관,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 전광우 우리금융지주회사 부회장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사회 전반의 반(反)기업 정서 극복과 제조업 공동화 현상 해소를 현 정부의 우선적인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이 원장은 "중국의 급부상으로 국내 제조업이 기반을 잠식당하고 있는 데도 그걸 채울 다른 산업이 생성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고 전 부회장은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반기업 정서가 매우 높다"며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 수석은 "산업이 공동화됐다고 얘기하기는 무리지만 향후 5년 내에 해외로 나가겠다는 기업이 55%, 국내 공장을 축소하겠다는 기업이 42%나 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는 등 국내 산업기반 강화가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차세대 전략산업 육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 참석자 명단 ] 권오규 < 청와대 정책수석 > 이윤호 < LG경제연구원장 > 전광우 <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 정규재 < 한국경제신문 부국장 (사회) > -----------------------------------------------------------------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경제담당 부국장(사회) =올해 초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노사 투자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곡절이 많았습니다. 신용불량자 급증 등 구조적인 경기불안 요인도 없지는 않았지만,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각계의 평가는 그다지 후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윤호 LG경제연구원 원장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분배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경제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정부의 이 같은 국정철학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많은 혼란이 빚어진 것 같습니다. 특히 노사문제와 관련해서는 기대에 훨씬 못미쳤습니다. 전광우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올해 정부가 잘한 부분은 경제주체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경쟁 시스템을 개선하려 한 것입니다.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해 주택 시장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것도 잘한 일입니다. 반면 초기에 분배정책을 너무 강조해 그 외 다른 정책에도 혼란을 준 것이 아쉽습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친(親)노조성향은 노사관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권오규 대통령 정책수석비서관 =북한의 핵개발 사태와 사스(SARSㆍ급성 중증호흡기증후군) 파문,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와 카드채 문제 등은 경제에 큰 제약이 됐습니다.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올해 정부의 경제정책은 비교적 선방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주성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청와대의 개입을 줄이고 개혁을 추진하고, 분배와 분권 등을 통한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려 했던 것은 잘한 일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분배정책이 쉽지 않고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정부가 분배문제에 대한 장기 비전 없이 즉흥적으로 대응한 게 오히려 혼란을 일으켰습니다. 사회 =상당수 기관들이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는 많이 나아질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정부와 한국은행 모두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5%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 교수 =5%대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문제는 '5%'에 대한 해석입니다. 올해 국내 경제가 극히 부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5% 성장을 과대 평가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성장의 질(質)이 중요한데 일부 산업에만 성장이 집중돼 있다는 게 걱정스러운 점입니다. 전 부회장 =연구기관들마다 경제전망에 편차가 있는 것은 위험요인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산업부문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균형이 심합니다. 4백4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선거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도 문제입니다. 대외요인으로는 중국의 금융부실 가능성을 주시해야 합니다. 권 수석 =정부에는 내년 5% 성장 달성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문제는 투자가 살아나야 하는데, 한은이나 KDI(한국개발연구원)는 내년에 투자도 괜찮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수출이 좋으니 공장가동률이 80%대까지 올라갔습니다. 기업으로선 투자를 늘려야 할 때입니다. 사회 =수출 급증세가 꽤 오래 됐는데 왜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이 원장 =수출ㆍ내수 기업, IT(정보기술)기업ㆍ비IT기업간 양극화가 굉장히 심하기 때문입니다. 설비투자도 수출이 잘되는 기업과 IT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설비투자는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산업구조조정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 원장 =중국의 급부상으로 국내 기존 제조업의 기반이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채워줄 다른 산업이 생성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제조업의 빈 자리를 서비스업이 채우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합니다. 권 수석 =각종 지표를 감안할 때 아직 산업공동화라고 얘기하긴 무리입니다. 그러나 최근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향후 5년 내에 해외로 나가겠다는 국내 기업이 55%, 국내 공장을 축소하겠다는 기업이 42% 정도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공장을 해외로 옮기거나 국내 공장 규모를 줄이려는 기업 부문을 대체할 산업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신성장 동력산업을 키우려 하는 것은 그런 까닭에서입니다. 사회 =우리 사회에 반(反)기업 정서가 너무 강해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전 부회장 =부정축재나 정경유착 등 국내 기업의 역사와 관련돼 있습니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작업을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윤리경영도 구호로만 외칠 게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사회봉사 활동을 통해 기업이익을 사회로 환원하는 것도 '투자'의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 교수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늘어나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각종 비자금 사건이 터지는 것도 기업에 대한 사람들의 애착이 줄어든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회 =올해는 노사불안이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줬습니다. 내년도 노사관계도 낙관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권 수석 =내년에는 노사정책 로드맵 시행과 주5일 근무제 도입, 국회의원 총선거 등이 노사관계 안정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습니다. 반면 최근 일부 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온건파가 당선되는 등 개선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 교수 =정부가 출범 초기 노사관계에서 신뢰를 너무 많이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노조들이 경기회복 총선 등을 계기로 투쟁을 보다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