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전격적으로 발표된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의 합병 후 자본확충 방침은 카드사 부실 문제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금융시장에서는 오래전 부터 삼성카드와 캐피탈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두 회사 모두 "소비자금융"이라는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는데다 최근 연체율 상승으로 경영이 급속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룹 내부 사정상 합병 외의 다른 대안들을 검토하다 결국 이번에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합병 결정의 배경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은 삼성그룹 내에서 보기 드물게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올 들어 9월말 현재 삼성카드의 누적적자는 1조3백31억원,삼성캐피탈은 8백44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두 회사는 최근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어왔다.


삼성카드가 평소 정상영업을 위해 필요한 자금조달 규모는 4천억~5천억원.반면 이 달 들어 발행한 채권은 1백60억원에 불과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카드채 시장이 지금처럼 마비된 상황에서 추가증자 없이는 삼성카드도 내년 2월말까지 버티긴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오갔다.


삼성캐피탈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3년간 아하론패스라는 대출전용카드 영업에 주력해 온 삼성캐피탈은 유동성 부족으로 올 하반기 들어서는 아예 신규대출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결국 삼성카드와 캐피탈은 '연체증가→적자확대→신규조달 마비→유동성 부족'이라는 공통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합병을 선택한 것이다.


◆다른 대안도 있었다


당초 삼성전자는 2대주주인 삼성전기(22.11%),3대주주인 삼성물산(9.36%)과 함께 삼성카드 증자를 단행하려 했다.


하지만 삼성전기와 삼성물산의 사정이 여의치않아 이를 포기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자금부서를 따로 떼어내 삼성카드 삼성캐피탈과 합치는 방안도 고려했다.


'GE캐피털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의도였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은 "그룹의 '금고' 역할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 자금부서를 삼성전자 외부에 둘 수 없다"는 그룹 고위층의 판단으로 백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시장 안정될 듯


삼성카드와 캐피탈의 합병을 계기로 카드시장의 구조조정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우리카드는 우리은행으로,외환카드는 외환은행으로,국민카드는 국민은행으로 이미 합병됐거나 합병을 추진중이다.


이 밖에 LG카드 역시 올해 안에 은행을 새주인으로 맞게 될 전망이다.


올초 9개에 이르렀던 전업계 카드사가 6개로 줄어든 상황에서 삼성카드까지 합병됨에 따라 그동안 마비됐던 카드채 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전망이다.


우선 카드채 발행 물량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70조원에 이르렀던 카드채 물량이 이달 들어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20조원대로 줄었다"며 "삼성카드의 합병(자산 감축)으로 카드채 발행물량은 더욱 줄어들고 이는 결국 남아 있는 카드사들의 자금조달을 쉽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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