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에서 유로화의 위상이 급속히 강화되고 있다. 유로화표시 채권 발행 규모가 지난 2분기 중 달러화를 처음으로 앞질렀고 무역결제 통화와 외환 보유용으로도 이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의 재정·무역 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나고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체포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지 않자 유로화 강세(달러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최근 달러화 대신 유로화로 원유거래를 결제하는 '오일유로'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유로화는 달러에 대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17일에는 1999년 1월 유로화 도입 이후 처음으로 유로당 1.24달러대로 치솟았다(도입시 1유로=1.17달러). 오트마르 이싱 ECB(유럽중앙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화가 원래 가치를 회복 중이며 장기적 평균가치로 거래되고 있다"며 유로화 강세현상을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유로화,위상 높아졌다=유럽중앙은행은 이날 '유로화 국제적 역할에 관한 2003년 보고서'를 통해 "올 7월 말까지 1년간 유로화로 표시된 국제채권 발행액이 1천5백37억달러로 달러표시 채권(1천5백41억달러) 규모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특히 2분기에는 유로채권발행액이 5백86억달러로 달러채권(5백14억달러) 규모를 추월했다고 전했다.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1년 16.4% 에서 2002년 18.7%로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달러화 비중이 큰 아시아 국가들이 유로화 보유 비중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 유로화 채권 발행은 영국과 미국의 민간 부문에서 주도하고 있으며 중동과 아시아에서 대폭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1유로=1.30달러시대 올 것=유로화는 이달 초 유로당 1.20달러대를 넘어선 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한때 유로당 1.2422달러까지 치솟았다. 달러에 대해 연초 대비 18% 가량 올랐다. 유로화 강세는 미국이 재정과 무역부문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낸 데다 미국과 유럽간 금리차를 노린 투기자금이 유럽으로 유입된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1%,ECB는 2%다. 내년 5월 중·동유럽 10개국이 EU에 새로 가입,회원국이 25개로 늘어나 유로시장이 확대되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EU 경제성장률도 올해 0.4%에서 내년에는 1.6%로 높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유로화가 연내 1.25달러선을 돌파한 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뱅크줄리우스배르의 데이비드 듀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화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해 내년 상반기 중 1.30달러대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