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5.3%로 대폭 높였다. 앞서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을 5.2%로 제시했고 금융연구원 5.8%, 산업연구원5.5%, LG경제연구원 5.1% 등도 각각 5%대를 전망했다. 그러나 올해의 성장률 전망치는 2.7%로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정한 3%에도 못미쳐 2차례의 추경 예산과 예산 조기 집행 등의 경기부양책이 실패작에 그친 것으로드러났다. KDI는 18일 발표한 `2003년 4.4분기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수출 증가세가 당초예상을 넘어서고 있고 세계 경제의 회복세도 빠르게 가시화하고 있음을 감안해 내년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3.4분기의 4.8%에서 5.3%로 상향조정한다고 밝혔다. KDI는 내년 상.하반기에 각각 5.3%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해 경기 회복세가내년 상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수출 호조 덕분에 내년의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도 6.2%에서 9.8%로 높였으나 건설투자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반영해 4.3%에서 2.1%로 낮췄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내년 상반기 4.9%에서 하반기 15.2%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예상을 크게 웃도는 세계 경제의 성장세와 우리 나라의 수출 증가세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 112억달러에 이어 내년에도 7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3.4분기에 전망했던 올해 64억달러와 내년 36억달러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실업률은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올해와 같은 3.4%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민간 소비 증가율은 소득이 증가하고 가계 신용이 점차 회복돼 내년 상반기 3.4%에서 하반기 5.6%로 높아지지만 연 평균 4.2%로 경제성장률에는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됐다. KDI는 올 4.4분기의 성장률이 종전 전망치 2.4%에서 3.1%로 높아져 연간 성장률전망치도 2.6%에서 2.7%로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KDI는 이에 따라 내년의 재정정책은 현행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재정 지출과국민 부담을 줄이고 법인세를 1년 앞당겨 2004년 신고분부터 인하하며 대중화된 가전제품의 특별소비세를 없애거나 줄여 투자와 근로 의욕을 고취할 것을 권고했다. 금리는 당분간 현재의 저금리정책을 유지하되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 점진적으로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KDI는 지적했다. KDI는 수출 호조와 환율 안정을 위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외환보유액이 올 한 해동안 300억달러나 늘어남에 따라 원화 가치의 하락이 지속돼 내수와 수출간의 괴리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외환보유액 증가 속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DI는 부실 카드사 문제와 관련, 중소기업 규모의 신용카드사가 막대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암묵적 보험'과 계열사 지원에 대한 기대 등 시장 규율이 왜곡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금융시장은 당국의 감독보다는 시장 규율을 먼저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따라서 신용카드사 처리 문제는 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의 개입도 지양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KDI는 해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는 경제의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해 고용창출을 지원하며 파견근로제와 기간제근로자 등 다양한 고용 형태의 허용도 일자리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