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을 포기한 LG그룹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LG그룹이 LG카드와 증권의 동시매각을 적극 검토하게 된 데는 지주회사체제에서 금융계열사가 갖는 한계가 크게 작용했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시말해 지금까지 대기업그룹이 증권이나 카드, 보험 등의 계열사를 보유함으로써 누려온 각종 혜택들이 지주회사체제에서는 사실상 봉쇄됨에 따라 '계열사로 갖고 있어도 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업이나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의 주식소유가 제한되고 금융회사도 일반 회사의 주식소유를 제한받기 때문에 LG의 경우 금융계열사가 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하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제조계열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때 단기자금을 긴급 조달해 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룹내 금융사가 갖는 장점이 퇴색된 이상 굳이 LG투자증권을 계열사로서 고집할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LG그룹으로서는 LG카드의 유동성 위기 해결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LG투자증권을 함께 매각해도 그룹 전체적으로는 계열사수가 2개 줄고 그룹 자산규모가 57조원에서 54조원으로 줄어들 뿐 눈에 띄는 변화나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룹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보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라는 폐해를 없앤다는 점에서 그룹이 향후 나아갈 길이라는 판단도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물론 금융업 포기를 LG그룹이 올들어 맞닥뜨리고 있는 잇단 악재로 해석할 여지는 충분하다. 하나로통신 인수실패로 '통신3강'의 꿈이 좌절되고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로 구본무 회장이 소환위기에 처한데 이어 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결국 구 회장의 경영권 위협과 금융업 포기를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G투자증권이 카드, 투신, 선물, 저축은행 등 금융부문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그룹의 실질적 금융지주회사 역할을 해왔고 오너일가가 애착을 가졌던 사업인 만큼 금융업 포기가 그룹의 전반적인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LG그룹측은 "LG투자증권 매각은 채권단의 생각일뿐 아직 그룹의 의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금융업종 포기의사를 굳혔다는게 정설이다. LG그룹으로선 내년초 7천억원의 유상증자 대신 그룹 계열사들이 LG카드채 인수방식으로 8천억원을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도 걱정거리다. 그룹측은 LG카드를 계열분리 한 이후 여러 LG계열사들이 카드채 8천억원을 나누어 인수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경우 실제 자금력이 있는 LG전자와 LG화학이 지원을 떠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구체적인 회사명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LG그룹측은 실제로 두 회사의 자금지원 가능성이 구체화될 경우 비교적 우량회사인 두 회사의 신뢰도가 크게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후식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주회사체제가 갖는 한계가 LG그룹의 금융업포기를 가능케하는 요인"이라며 "문제는 LG전자가 LG카드에 8천억원 지원에 참여하게 될 경우 신뢰도가 하락하는 등 부정적인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데 있다"고 말했다. 한편 LG그룹이 LG카드와 함께 LG투자증권을 매각할 경우 지난 73년 전신인 국제증권 설립 이후 30년만에 금융계열사 없이 그룹을 운영하게 된다. 또 올해초 62조원에 달하던 그룹 자산규모는 지난달 LG전선 등 4개사 계열분리 후 57조원으로 감소한데 이어 다시 54조원까지 줄어들게 되며 계열사수는 45개에서 43개로 감소한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faith@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