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북쪽으로 1백30km 떨어진 인구 3만명의 소도시 무와바. LG전자가 지난 10월 연산 60만대 규모의 컬러TV공장을 세운 곳이다. 서유럽은 물론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틱 3국,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남동부 유럽을 아우르는 LG전자의 핵심 거점이다.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갈란타. 삼성전자가 지난 7월 문을 연 연산 6백만대 규모의 TV 및 모니터 공장이 연중무휴로 가동중이다. 이곳 역시 삼성전자가 유럽 전역을 겨냥해 헝가리에 이어 두번째로 설립한 동유럽 생산기지다. 내년 5월 유럽연합(EU) 가입을 앞둔 동유럽이 거대한 '유럽판 마킬라도라'로 변신하고 있다. 마킬라도라는 지난 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를 앞두고 미국 시장을 겨냥한 기업들이 물밀듯 몰려든 멕시코 국경의 우회수출기지. 폴란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10개국의 EU 가입을 눈앞에 두고 이 지역을 'EU의 마킬라도라'로 삼으려는 외국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물밀듯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안드레이 즈베스키 폴란드 투자유치청장은 "최근 2년간 폴란드에 투자한 기업이 2백여개를 넘는다"며 "금액으로 따져도 1백억달러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한국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ㆍ기아차는 15억달러를 투자, 연산 30만대 규모의 승용차 조립공장을 짓기 위해 막바지 입지 선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 전자복합단지를 구축한 삼성전자도 가전 공장과 대규모 물류단지를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을 확정지었다. SK케미칼은 15일 폴란드에서 PET공장 착공식을 가졌다. 다국적 기업들의 동유럽행도 빨라지고 있다. 필립스 지멘스 톰슨 등은 대부분 기업들이 앞다퉈 이곳으로 생산시설을 옮기고 있다. '유럽의 공장터'를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영토 전쟁'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갈란타(슬로바키아)=윤성민 기자/바르샤바(폴란드)=이심기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