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생포 소식이 전해지자 이라크 전후복구 사업에 참여하거나 이라크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기업들은 후세인 체포로 불안한 이라크 정정이 급속히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현지 및 주변 국가 주재원들로부터 시시각각 상황을 보고받는가 하면 이라크를 중심으로 한 중동사업 확대방안을 검토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들은 후세인 체포로 이라크 정황이 안정될 경우 재건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게 되고 국내 건설업체들의 이라크 진출 및 재건사업 수주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등은 그동안 공동사업을 해 왔던 엑손모빌, 더치셸 등 미국내 석유 메이저와 벡텔, 플로어다니엘 등 대형 엔지니어링업체들과의 접촉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 상.하수도 시설과 발전소 등 플랜트 분야나 병원 등 대형 공공시설 수주 추진 전략을 재점검하는 등 상황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특히 미국이 이라크 재건사업 발주에서 파병국가들을 우대하는 분위기여서 한국이 파병을 결정하게 되면 국내 건설업체들이 재건사업 수주에서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란, 쿠웨이트 등에서 정유 및 석유화학플랜트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LG건설은 후세인 체포가 장기적으로 이라크 진출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관측했다. LG건설 관계자는 "이라크에서 도로나 전력 등 기반시설이 갖춰지면 정유나 석유화학 부문에서 본격적인 공사 발주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 경우 중동지역에서 경험이 많은 LG건설이 상당한 수주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건설 해외영업본부 김호영 부사장은 "후세인 체포로 이라크의 치안이 조기에 안정화됨에 따라 이라크 복구 사업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참여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업체와 제휴를 통해 미국이 발주한 재건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이라며 "특히 파병지역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의 복구사업이 진행될 것이므로 파병시점을 전후해 대피중인 지사를 복귀시키는 등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라크 미수금 회수와 관련해서도 "후세인 체포로 이라크 민간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승인이 빨라지고 후세인의 은닉재산도 조기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미수금 회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시장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전자업계도 후세인 체포를 계기로 이라크 시장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상황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후세인 전 대통령의 체포를 계기로 이라크내 치안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반대 전망도 있기 때문에 향후 이라크시장 공략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점을 말하긴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이라크 시장이 안정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최근 설립한 이라크 분소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라크 재건사업이 진행되면서 지사 설립을 추진했던 LG전자도 이번 사건이 향후 이라크 시장공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직 이라크 사업 진행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지만 향후 전개될 상황 변화를 주시하며 시장확대 등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라며 "이 과정에서 주춤했던 지사 설립 논의가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그다드에 지사가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은 후세인 체포를 계기로 중고차와 위성방송 수신기, 섬유, 합판 등 주요 품목의 대 이라크 수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현지 치안이 더 안정되고 정치일정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지사장인 김갑수 이사와 긴밀히 연락을 주고 받는 한편 필요할 경우 현재 3명인 현지채용인의 고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삼성물산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인 이라크사업 태스크포스를 본격 가동할지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현대종합상사도 IT, 가전, 철강 등 이라크 거래품목을 중심으로 사업확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아직 위험요소가 모두 없어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테러가 한풀꺾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기업들의 이라크와 중동 진출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faith@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