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체포됨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커다란 불안 요인 하나가 제거돼 세계 경제 회복세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5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체포로 예상되는 국제금융시장의 활성화와 유가 안정, 미국 경제 회복의 가속화, 이라크 복구 특수 등의 변화는 오랜 침체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의 회복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는 후세인 전 대통령 체포가 국내총생산(GDP)성장률 등 거시지표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미국 등 선진국과 국제금융시장에 호재로 작용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리 나라는 이라크 추가 파병을 결정하는 쪽으로 국론이 모아진 상황이므로 앞으로 이라크 재건 사업에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많이 참여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이날 증권시장은 후세인 전 대통령 체포 소식으로 대우건설, 두산건설, 풍림산업, 동양메이저, 경남기업, 서광건설, 한국공항,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건설주와 항공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후세인 전 대통령 체포로 이라크 주변국들에 대한 테러 위험도 그만큼 완화되고 정치.사회적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안정적인 원유 생산과 수송이 가능해지고 중동은 물론 세계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내년부터 현대건설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과 지급보증 채무 6조원의 만기를 연장해 주기로 해 `후세인 효과'에 대한 기대를 반영했다. 현대건설은 이라크 미수채권 11억400만달러의 회수 뿐 아니라 이라크 재건 사업진출 기회가 커진다는 점에서 회생의 희망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후세인 체포가 이라크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을 줄여 국제유가 안정 등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는 세계 증시의 단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증시는 `후세인 효과'로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지난 주말보다 15.45포인트 급등한 821.62로 출발해 오전 9시43분 현재 12.09포인트(1.50%) 상승한 818.17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인 11월13일의 813.11(종가기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코스닥지수는 0.70% 상승한 47.44를 나타내고 있다. 또 닛케이 225지수도 1.36%가 오른 10,308.34로 개장하는 등 일본 증시도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당장 이라크 파병 관련 논란이 줄고 국론 분열에 따른 혼란이 해소되면서 상대적으로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 석유매장량 세계 2위인 이라크 정세의 안정은 또 유가를 떨어뜨려 우리 나라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은 물론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 회복을 가속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의 회복도 부추길 것으로 기대된다. 올 들어 이라크전쟁 등으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11월 말까지 우리 나라의 대(對) 중동 수출은 14% 증가에 그쳤다. 이는 동남아 지역(16%)이나 중국(48%), 유럽연합(17%), 러시아 등 기타 지역(19%)에 대한 수출 증가율과 비교할때 상당히 부진한 편이다. 따라서 후세인 전 대통령 체포로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감이 줄어들면 무역 활동이 정상화돼 이 지역에 대한 우리 나라의 수출이 호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의 치안이 확보되고 연합국에 대한 반감이 축소되면 근로자의 직접 파견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큰손'들이 우리 나라를 비롯한 신흥시장으로 더 활발하게 투자하게 돼 동북아금융중심과 경제자유구역 등을 통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려는 정부 노력이 한층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권태신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은 "국제시장은 심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불안요인이 줄어드는 만큼 투자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가들의 경기 상승세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보도 "국내적으로는 이라크 파병에 대한 부담이 가벼워져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고 "국제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국제 정세 안정으로 매우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후세인 전 대통령 체포로 이라크의 정정이 안정되면 당장 재건 사업에 박차가 가해질 것이므로 우리 나라의 해외 건설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류후규 해외조사실장은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의 불안과 테러 위험이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후세인 전 대통령 체포는 이런 불투명성을 완화시켜 심리적으로도 세계 경제에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