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에 대한 엔화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엔화는 8일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07엔대 후반에 폐장돼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는 도쿄 시장이 폐장된 후 문을 연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달러당 107엔대 전반에 거래된데 이어 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107엔대 전반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앞으로도 엔화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연내에 필요한 외환거래 계약을 앞당기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엔화강세는 기본적으로 엔화강세라기 보다는 달러화 약세로 분석하고 있다. 3.4분기(7-9월) 노동생산성이 20년만에 최고 신장률을 보이는 등 미국 경기가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엄청난 경상적자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문제에 발목이 잡혀 흔들리고 있는 미국의 위신저하도 달러화 약세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달러화는 엔화뿐만 아니라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 호주 달러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유로화에 대해서는 최근 3개월간 가치가 10%이상 하락했다. 일본 기업들은 올해 달러화 환율을 대체로 110엔 안팎으로 잡고 있다. 실제 환율은 이미 이 수준을 넘어섰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이미 연내에 필요한 외환거래 계약을 마친 것으로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전하고 있다. 미쓰비시(三菱)전기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내년 2-3월분 계약까지 이미 마쳤거나 계약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상당수 일본 기업들은 생산거점의 해외이전 등 엔화강세 대책을 이미 추진해 왔기 때문에 웬만한 엔화강세에는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계가 대표적인 예다. 그중에는 캐논처럼 `달러당 90엔대가 되더라도 채산성이 있다'는 기업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수출기업들은 환율이 달러당 105엔을 넘어서면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환율이 달러당 100엔대가 되면 환율상승이 연쇄적으로 주가하락을불러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일본 경제의 회복전망과 이라크 사태, 미국의 경상적자 등 기본적인 경제여건과 국제정세로 미루어 엔화강세 기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것으로 보고 있다. 미즈노 가즈오(水野和夫) 미쓰비시 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 약세가계속돼 내년 3월말에는 달러당 102엔대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닛케이(日經)평균 주가가 9천엔선까지 떨어져 경기회복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도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엔화가 더 이상 오르면 과감히 시장에개입한다는 방침이다. 미조구치 젠베(溝口善兵衛))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8일 "환율변화가 정도를 넘으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특파원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