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과 정상영 명예회장간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이 석명서와 이에 대한 반박문 발표, 신문광고전 등으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진실게임' 공방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이번 경영권 다툼의 `승패'를 좌우할 법원의 KCC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양측은 자신들의 정당성과 명분을 내세우기 위해 막판 총력전에 돌입했다. 이에 더해 소액주주들도 현회장측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8일 제기했으며 일부 네티즌은 현회장 가계의 친일경력까지 주장하며 공격에 나서 혼전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공격'과 `반격'으로 양측의 다툼이 `진흙탕 싸움' 양상을 보이면서 애꿎은 소액주주만 불안에 떠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아 양측이 이른 시일내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양측의 엇갈리는 주장속에 주식 매입 취지와 엘리베이터 지분 담보설정 및 상속포기 요구 과정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진상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엘리베이터 지분 담보 자의였나 타의였나 = 현회장측은 8일 발표한 반박문에서 "몽헌 회장이 대출 과정에서 정명예회장에게 엘리베이터 지분을 보증에 대한 담보로 제공한 것은 KCC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정명예회장의 주장을 정면공격했다. 현회장측은 "몽헌 회장은 타 금융기관에 210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던 용인 소재 임야를 2순위 근저당권 설정 형태로 담보로 제공하려 했으나 담보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KCC측은 대신 몽헌 회장 소유 자택과 엘리베이터 주식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정명예회장은 석명서에서 "2001년 8월 몽헌 회장이 금호생명에서 290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본인이 추가로 90억원 보증을 서면서 몽헌 회장에 담보를요구하자 성북동 자택과 엘리베이터 주식 70만주(12.5%)를 가져왔다"고 주장했었다. 정명예회장은 "나중에 보니 몽헌 회장은 100억원 상당의 담보여력이 있는 토지가 있었는데도 자택과 주식을 가지고 온 것"이라며 "애초 지분확보 목적이었다면 왜처음부터 200억원 보증에 대해 담보를 요구하지 않았겠느냐"고 덧붙였다. ◆상속 포기 요구 왜 했나 = 정명예회장은 "1조원에 이르는 부채 때문에 유족이상속을 포기하고 유가족을 현대가에서 돌보는 것이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으며일부 현대경영진과 현회장도 처음에는 유산상속을 안하는 쪽으로 검토했었으나 김문희씨의 의사로 상황이 뒤바뀌었다"고 주장했었다. 그는 이와 관련, "상속포기 요구는 본인이 담보 서준 채무(290억원)를 대신 갚아줘야 하는 상황을 감수하고서까지 유족을 위해 이뤄진 조치"라며 "지난 9월초에는몽헌 회장의 채무를 대신 갚고 담보로 설정했던 KCC 주식을 찾아오기 위해 290억원을 직접 마련해 놓기도 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현회장측은 "정명예회장이 확보한 290억원은 유가족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몽헌 회장의 차입금 상환으로 구상권을 행사, 엘리베이터 주식 70만주를 소유하기 위한 차원으로 현대 경영권과 관련있는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현회장측은 특히 "KCC측은 유족의 상환가능 여부를 파악하고 불가능하면 담보권실행을 서둘러 줄 것을 해당 금융기관에 요청한 사실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CC 고위관계자는 "만기가 지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담보 제공자인 정명예회장이 금융기관에 담보권 실행에 대해 요청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않는 일"이라며 일축했다. ◆주식취득 목적, 경영권 방어인가 탈취인가 = 현회장측은 "KCC측은 지난 8월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엘리베이터 지분을 사들이면서 현대 경영진의 시장내 매입 요청에도 불구, 자사주 매입을 고집했다"며 "그러나 정명예회장의 주장과 달리 당시장내에서의 매입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엘리베이터 내부지분율이 몽헌 회장 사망 직후 42.4%에서 범현대가 지분매입 이후 46%로 소폭 상승, 자사주 양도의 경영권 방어 효과가 미미한 것만 보더라도 자사주 양도 강요가 경영권을 빼앗기 위한 사전조치임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특히 현회장측은 "KCC측이 사모펀드를 동원, 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한 지난 10월2일은 유가족이 금호생명 대출금 일부(72억원)를 상환한 날"이라며 "이는 유족의 채무상환에 따른 상속효력 개시로 엘리베이터 주식 70만주 획득이 힘들어지자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이뤄진 조치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명예회장은 "경영진의 요청으로 상선 지분을 산 뒤 현대가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M&A 위험이 남아있는 엘리베이터 주식을 취득했던 것"이라며 "현회장이 10월17일 찾아왔을 때 이미 취득 현황을 설명해준 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문희씨가 이번 분쟁의 주체인가 = 정명예회장은 "이번 분쟁은 유족의 자산.부채 상속을 김문희씨가 강요하면서 출발했다"이라며 "이로인해 가장 이익을 보는사람은 김문희씨고 당사자인 김문희씨와 만나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명예회장은 "현대그룹의 경영권 방어를 처음 결심했을 때 그 주인이 김문희씨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김문희씨는 자신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들을 제물 삼아 국민기업화를 결정, 대주주의 전횡을 일삼았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현회장측은 "김문희씨는 국민기업화 방침도 당일 방송을 듣고 처음 알았을 정도로 그룹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작년 3월 KCC 요구로 작성한 `견질담보 보관 확인서'에도 김문희씨와 정명예회장이 당사자로 기명날인돼 있는 만큼 주식 소유주가 김문희씨 인줄 몰랐다는 정명예회장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CC 고위관계자는 "명예회장은 주식 담보에 대해 핵심내용만 보고 받았지 세세한 내용은 전해듣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현회장측은 "김문희씨가 지정상속 확약서까지 작성한 상황에서 지분의 즉각적증여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증여세 부과(약50%)로 현회장의 엘리베이터 지분을 절반으로 줄이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정명예회장은 "확약서 공증만으로는 지분 양도 효과가 발생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현회장측은 "국민기업화는 `기업은 국민의 것'이라는 경영이념을 실현하기 위한것"이라며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국민기업화가 아니라 불법적 지분 매입으로 엘리베이터 주가의 급등락을 야기시킨 KCC"라고 공격했다. ◆"감정싸움 이제 그만" 여론비등 = 그러나 양측의 공방이 `진흙탕 싸움'으로비화되면서 양측 모두 상대방 흠집내기를 자제하고 이른 시일내에 사태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명예회장은 석명서에 `현회장의 부친 현영원 상선 회장이 경영 부실 책임없이계속 고액의 연봉을 축내고 있다', `김문희씨는 대주주의 전횡을 일삼고 있다'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담았고 현회장도 정명예회장이 평양체육관 개관기념행사 기간 사모펀드를 통해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는 사실을 들어 도덕성을 비난했다. 또 현회장측은 "2001년 12월 정명예회장이 몽헌 회장의 용인 소재 임야 등 3만여평 매입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정명예회장도 토지 매매건으로 충분한 재산이익을봤다"고 꼬집었다. 이런 와중에 유상증자 반대 네티즌 모임인 `현대회생대책특별위원회'(http://cafe.daum.net/kcchyundai)는 현회장의 증조부 현기봉 중추원 주임 참의와 조부 현준호 호남은행 설립자의 친일 경력을 주장하며 이전투구 양상에 가세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선량한 소액주주"라며"시장의 혼란을 막고 정상적 기업 활동을 위해 조속한 해결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