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은 내년 반도체 LCD 등 일부 호황업종을 제외하곤 뚜렷한 신규 투자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기 호전으로 투자를 확대할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국내보다는 해외 생산이나 마케팅능력 확충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북한 핵문제,테러 확산,대기업들에 대한 검찰수사 확대 등 경영불안 요인들이 누적되면서 경영 전반에 보수적인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 업종은 확대 반도체 디지털제품 등은 세계적인 수요 증가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 대비 10∼20% 정도의 투자확대가 예상된다. 삼성의 경우 내년에 플래시메모리 생산을 확충하기 위해 3백mm 웨이퍼 라인을 늘리고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는 7세대 LCD 라인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14라인부터 건설될 화성공장 증설도 대규모 투자를 동반하는 사업이다. LG도 구미에 건설 중인 LCD 6세대 라인과 파주에 건립할 예정인 LCD단지 투자로 관련 투자비가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동부 역시 충북 음성군 상우공장의 시설투자 확대를 위해 산업은행 등에 10억달러의 자금지원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각광받는 해외투자 전자업종과 달리 다른 업종들은 굵직한 국내 투자사업들이 예정돼 있지 않다. 국내 생산기반의 확충보다는 해외 생산투자에 주력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내년에 동유럽 시장에 생산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1조원대의 자금을 준비하고 있다. 철강 조선 기계 등 주력 제조업종들도 마찬가지다. 대우종합기계는 내년 4월 중국 옌타이 지역에 연간 1천대 규모의 공장기계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고 현대중공업은 장쑤성 창저우시에 굴삭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지주회사를 정식출범시킨 포스코는 2006년까지 추가로 14억달러를 중국에 투자키로 했고 삼성중공업은 지난 96년 설립초기 연간 처리물량 2만t 수준이었던 닝보의 조립공장 설비를 5만t까지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내년 투자액을 올해보다 25%가량 늘려잡은 효성도 전체 금액의 절반 이상을 해외 사업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국내 투자는 현상 유지 전자업종 투자를 늘리고 있는 삼성 LG도 다른 부문에선 신규투자를 사실상 동결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불거진 카드 부실 등의 여파로 금융사업 부문에선 상당히 강도 높은 긴축 경영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도 총투자를 올해와 비슷한 4조원 정도로 책정해둔 SK 역시 긴축경영과 안정적인 재무구조 구축을 내년 사업계획의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실제 SK는 그동안 활발하게 투자해오던 벤처사업을 상당부분 축소하고 공기업 민영화 참여 등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화도 향후 경영환경이 상당히 불투명할 것으로 보고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환율 유가 등에 민감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한진 금호는 최근 이라크 사태 여파에 따른 테러 확산에 긴장하며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 경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 동부 동양 등 중견 그룹들도 그룹 차원에서 투자확대를 독려하기보다는 계열사 자체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하면서 △평균 환율 1천50원 △경제성장률 5% 이하 등의 보수적인 경제전망들을 투자 잣대로 제시하고 있다. 조일훈·정태웅 기자 j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