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을 정도로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내놓은 '제조업공동화 현황과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의 해외투자는 지난 94년 1천 여건에서 작년말 현재 1천8백 여건으로 80% 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상당수는 국내 공장을 폐쇄하고 송두리째 해외로 옮겨간 경우다. 이에 따라 총 해외투자 규모가 국내 설비투자의 10%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도 섬유, 의류산업 등 노동집약형에서 휴대폰을 비롯한 전기전자, 기계 분야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미래 성장동력인 첨단산업마저도 해외이전 바람에 무방비 상태라는 얘기다. 이런 추세를 반영, 올 6월의 제조업 신설법인 수는 5백55개로 작년(1천84개)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제조업 일자리도 지난 90년 5백4만여개에서 지난 6월말 현재 4백16만여개로 88만여개나 감소했다. 보고서는 제조업 공동화 진행에 따른 국내 설비투자 감소가 미래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설비투자는 지난 96년 44조원으로 정점에 달한 뒤 지속적으로 감소해 작년에는 20조원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신규 고용창출의 중요지표인 설비투자율(연간 총 설비투자액/GDP) 역시 2000년 12.7%에서 올 1분기에는 10.4%로 떨어졌으며 설비투자의 경제성장 기여율도 점차 감소해 2분기에 -5.5%를 기록하는 등 성장잠재력에도 이미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반면 해외직접투자는 지난해 15억4천만달러로 90년대 중반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